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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할 이인모 미국행(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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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할 이인모 미국행(사설)

입력
1996.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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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로 93년 3월 북한에 송환됐던 이인모씨(79세)가 신병치료차 뉴욕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두 가지 면에서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하나는 북한이 이씨의 병치료를 위해 파격적으로 해외에, 그것도 원수였던 미제의 나라에 보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미국 정부가 전례없이 신속하게 그의 입국을 허가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이씨의 미국행은 양측이 각기 다른 목적에서 모종의 계산과 고려를 한 것임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이씨 어떤 인물인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빨치산 활동 도중 체포돼 전향을 거부하며 34년간 수감 생활을 했고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인도적 차원에서, 그리고 대북화해의 표시로 가족의 품으로 귀향시켰던 것이다. 북한은 그를 맞아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에 대한 과시」라며 김일성·김정일 부자체제의 선전과 대남비방에 적극 활용했다.

따라서 김정일이 자신에 대한 충성의 표본인 이씨를 「특별 배려」로 외국에 보낸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미국에 보낸 것은 매우 정략적이다.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조야와 재미교포 사회를 겨냥, 김정일의 「자상한 인도주의」를 선전하고 이씨의 비전향 수감을 충성과 투쟁이라고 과시하는 한편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남한 역대 정권의 인권유린 때문이라며 반인권 행위를 대대적으로 비방·선전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 이용할 것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이 신속하게 입국 허가를 한 것은 북한 끌어안기의 일환이다.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핵과 무역제재 일부 완화, 쌀 지원 움직임 등 북한 달래기 방침을 세우고 실행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입국 허가로 생색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치료를 위한 미국행과 비자발급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이 혹시나 치료를 정치선전, 즉 대남 비방 등으로 악용할 경우에 대비, 경계와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악용할 경우, 이씨가 인민군 및 빨치산으로 어떤 활동을 했고 재판 결과 어떤 법규로 처벌을 받았으며 그의 송환은 인도적 차원이었다는 점 등을 소상하게 대외에 밝히는 한편 조건없는 이씨 송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6·25때 10만 여명을, 휴전 후 지금까지 KAL승무원 등 4백70여명을 강제 납북하고도 단 한 명도 돌려 보내지 않은 비인도적 처사를 낱낱이 알려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씨의 미국행은 예측 못한 기습적인 다목적 카드다. 북한이 대미 접근과 남한 비방을 위해 또다시 무슨 카드를 쓸지 모르는 만큼 철저한 경계와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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