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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근수 시집 「서낭굿」(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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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근수 시집 「서낭굿」(요즘 읽은 책)

입력
1996.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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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우리말에 담긴 자연사랑 동심의 시91년에 초판이 나온 염근수 시집 「서낭굿」은 내가 보기로 「동시집」인데 어른들이 읽는 시집으로 꾸몄고 표지에도 「풍물시집」이라 해 놓았다. 이 시집이 동시집이라고 보는 까닭은 첫째, 어른이 어른의 눈과 마음으로 썼지만 그것이 그대로 어린이의 눈이요 마음으로도 되어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어린이가 잘 알 수 있고 알아야 할 깨끗한 우리 말로 썼기 때문이고, 셋째는 지은이가 평생 어린이문학으로 살아온 분이기 때문이다.

염근수씨는 1926∼35년에 나왔던 어린이잡지 「별나라」의 주간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동요를 발표했다. 이런 분이 다섯 해 전 85세가 되는 나이에 처음으로 시집을 내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서낭굿」에 들어 있는 시 95편은 모두 정형으로 된 동요시인데, 7·5조가 대부분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 지은이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면서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 농사꾼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고, 그와 같이 자연에 어울려 살아가는 마음이 그대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되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구수한 우리 말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이 시집이 얼마나 깨끗한 우리 말로 되어 있나 하는 것은, 95편의 시에서 단 한 군데도 매김자리토씨(관형격조사) 「―의」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로도 잘 알 수 있다.

들어 보고 싶은 작품이 많지만 한 편만 옮겨 본다. 「산마을/어느 집에/찾아가 보니/방문 위에/문패가/달려 있는데/제비가/문패 위에/집을 지어서/성씨는/없어지고/이름 두 자뿐/웬만한 집/같으면/뜯어낼 텐데/무심해/그런가/ 착해 그런가/소중한/이름 석 자/성씨 잃고도/이름 두 자/문패로/그냥 살아요(이름 두 자 문패).

지금은 농촌이 사라지고 자연이 병들고 사람은 서글프게 그 생태가 달라졌다. 그럴수록 지난 날의 그 푸근한 세계를 찾아 가져야 할 것이고, 어린이들에게도 자연의 삶을 이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은 93년에 「물새 발자욱」이란 시집을 또 내었는데, 이 시집에는 「어른을 위한 동시」라 해 놓았다. 책을 만드는 분들은 어린이들 생각을 좀 더 해 주었으면 싶다.<이오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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