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앙정보국(CIA)은 국방차관에서 옮겨 앉은 존 도이치국장의 강력한 통솔아래 지금 아이젠하워대통령시절을 능가하는 중흥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버지니아의 랭글리로 이사하면서 전열을 정비한 CIA는 국방부 정보처와 육해공군 및 해병대, 에너지부와 재무부, FBI, 마약청 등 연방정부의 모든 정보책임자 임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장의 권한이 강화됐다. ◆그 배경에 클린턴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타임지에 따르면 클린턴은 도이치의 능력을 탐내 CIA국장직을 장관으로 격상시키면서까지 기어코 그를 스파이대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MIT대 화학교수 출신인 그는 정부각료들 뿐 아니라 의회 중진들과의 교분도 두터워서 취임 1년만에 거의 무소불위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이 이렇게 CIA에 크게 관심을 두는 것은 소련 해체후 지역분쟁과 정치 테러가 빈발하고 첨단과학과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의 위험이 줄어든 대신 무역과 외교의 전선에서 정보전의 양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악명높던 KGB를 새 시대에 맞게 FSB로 개편한 것이나, 우리가 안기부를 남산에서 대모산으로 옮겨 문민시대의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동유럽과 중국, 러시아와의 수교로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국가정보의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안보환경에 대처하자면 안기부와 같은 국가정보기관에 인재가 모여야 한다. CIA의 간부가 모두 미국 동부의 명문들인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점은 참고가 될 만하다. 28일 서울대에서 열린 안기부 취업설명회가 총학생회측의 시위로 중단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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