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사관 “모른다” 신경질 반응/정부,망명절차 마무리안전귀국에 분주/“월드컵 유치결정 앞둬 일 언론 저의 의심”/중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해” 입장표명 유보/일 “재외 공관선 망명수용 원칙적 불가능”정부는 30일 북한과학자 정갑렬씨와 드라마작가 장해성씨의 망명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이들의 망명절차 마무리와 안전귀국을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청와대는 외무부 발표외의 사실에 함구하면서 망명자들의 신병안전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측은 이들이 망명요청을 해온 이달초께 김영삼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즉시 보고한뒤 극도의 보안속에 망명절차를 추진해왔으나 언론에 사실이 보도되자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하루 이틀만 지나면 모든게 확인될 것』이라고 망명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내에는 망명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2002년 월드컵 유치결정을 앞두고 일본 언론에서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고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어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월드컵 유치결정을 불과 며칠 앞두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킬수 있는 사실이 보도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무부는 두사람이 북경에서 1차 망명을 기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북한에 대한 일본 및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 그간의 과정에 대해 함구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최근 일련의 탈북사건과 관련해 북한측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된다』며『향후 한·중·일의 대북관계가 이번 사건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이번 사건이 최근 미그 19기 귀순에 이어 4자회담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북경(베이징)의 주중한국대사관측은 이날 북한과학자 등의 망명사건에 대해 정부의 공식발표전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종욱대사는 『국내에서 발표하기전에는 어떠한 것도 밝힐 수 없다. 기자와 만나는 것 자체도 사절한다』고 말했다. 문봉주정무공사는 『그들이 대사관에 온 일도 없고 이 사건에 대해 아는 바도 없다』면서 『왜 일본측이 우리에게 볼을 찼는지 모르겠다』고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주중일본대사관측은 『확인할 수 없으나 부정의 뜻은 아니다. 한국정부와 약속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자세한 경위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일본대사관의 와다 미츠히로(화전충광)대변인은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일본 대사관의 공식입장』이라며 『북·일 수교문제와 이번 사건을 연계시키는 것은 완전히 잘못』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국 대사관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또 주중북한대사관측은 이날 망명사건을 문의하는 전화에 신경질적으로 응대하며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태도였다.
한편 북경 주재 외국특파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 한일간 월드컵 유치경쟁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북경=송대수 특파원>북경=송대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일본 총리는 이날 정갑렬씨 등의 망명에 대해 『일본에 망명을 요청했던 것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망명 요청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망명자의) 안전면에서 그런 것들은 조사해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사실공표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에의 망명 신청이 일본 국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출입국 관리법과 난민 인정법에 따라 「박해 우려」등을 판단해 난민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나 재외 공관에서는 망명자 수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생명에 관계되는 경우도 있어 수용을 희망하는 제3국에 출국시키는 등 사안별로 처리하고 있다고 외무성은 덧붙였다.
한편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잠비아에서 북한 외교관이 일본대사관을 거쳐 한국에 망명했을 때처럼 북경(베이징)에서 한일 양국간에 모종의 협조가 이루어 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경의 한국 대사관에는 망명을 신청하는 탈북자와 북한 국적자가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국내 망명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당국의 경계를 피해 진짜 정치망명자를 가려내 한국으로 데려 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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