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네탄야후 집권땐 협상자체 표류 가능성/페레스 간발차 승리해도 전같은 추진력 난망『국민의 총체적 단결로 유명했던 이스라엘의 국론이 이번 선거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열상을 드러냈다』 집권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총리와 리쿠드당의 벤야민 네탄야후후보가 불과 1∼2%포인트의 지지율 차로 접전을 벌인 총리직선에 대해 서방 언론은 이같은 시각을 보였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30일 하오까지 승부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이번 총리직선은 승자가 누구든 페레스 총리의 평화노선이 국민들의 신임을 얻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달전까지 네탄야후후보에 20% 포인트 차로 우위를 유지했던 페레스의 지지율이 선거 막판 급락한 것은 600만 이스라엘 국민의 중동 협상에 대한 신뢰 상실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 실시 이후 하마스등의 잇단 테러로 180여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는 등 수그러들지 않는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페레스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페레스가 간발 차로 총리직에 오른다 해도 중동평화 협상 행보는 전과 같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를 통해 절반에 달하는 민의가 강력한 안보논리를 내세운 네탄야후를 지지, 페레스에 반대한 상황에서 전처럼 협상을 힘차게 밀고 나갈 추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네탄야후가 이길 경우 중동평화의 전도는 더욱 불투명하다. 대아랍 강경책을 표방해 온 그는 선거 유세기간 표면상 평화협상의 골간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는 온건론자들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네탄야후는 그간 팔레스타인과의 3단계 협상과 시리아와의 골란고원 협상에서 『이스라엘의 국익을 최대한 담보하겠다』고 밝혀 경우에 따라서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일정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힘의 우위를 통한 시오니즘 실현을 내걸고 있는 네탄야후는 이스라엘의 확고한 안보가 보장된다면 중동정세의 경색은 두렵지 않다는 태도를 명확히 해왔다. 네탄야후의 승리는 협상자체를 표류시킬 가능성 뿐 아니라 협상의 또다른 축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강경 이스라엘 정권과의 대치가 계속돼 협상이 공전을 거듭할 경우 온건파인 아라파트도 PLO내 강경파에 의해 거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 총리직선 결과는 누가 승자가 되든 향후 중동정세 전반에 암운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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