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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체첸 방문/“인질작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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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체첸 방문/“인질작전” 의혹

입력
199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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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다르비예프 등 평화협상단 모스크바 사실상 억류우연의 일치인가, 치밀한 각본인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28일 체첸반군의 최고 지도자 젤림한 얀다르비예프가 모스크바에서 평화협상에 참석하는 동안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전격 방문하자 「인질작전 성공」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체첸방문은 체첸 대표단을 모스크바에 사실상 인질로 잡아두는 치밀한 사전 각본아래 단행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질작전」의혹은 옐친이 체첸에 머무르는 동안 얀다르비예프 등 체첸 대표단이 모스크바 교외의 회담장에서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크렘린 경호실측이 옐친 대통령의 신변안전을 위해 협상을 명분으로 체첸대표단을 모스크바 교외에 잡아두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옐친 대통령이 체첸측과의 첫날 회의에 참석, 서둘러 휴전협정을 매듭지은 뒤 둘째날 회담을 비야체슬라프 미하일로프 민족담당장관에게 맡기고 급거 체첸으로 떠난 점은 「치밀한 각본」냄새를 풍기고 있다. 둘째날 회의가 옐친이 참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를 다뤘다는 설명이지만 그런 논리라면 얀다르비예프 역시 모스크바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옐친 대통령의 안전을 담보하는 또다른 인질은 전최고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의 미망인 알라여사. 알라여사는 27일 북카프카스의 날치크 공항에서 위조여권을 이용, 터키로 탈출하려다 체포됐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체첸과의 평화협상이 성공리에 끝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알라여사의 터키출국을 허용했다. 그의 석방도 옐친 대통령의 안전지대 귀환 이후에 이뤄졌다.

물론 평화협상과 옐친 대통령의 체첸방문은 「우연의 일치」라는 관측도 있다. 옐친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체첸 방문 의지를 표명했으며 경호실측은 이에 대비, 평화협상과는 상관없이 준비를 진행시켜 왔다는 것이다.

어쨌든 「인질작전」설은 체첸반군을 대등한 상대가 아니라 언제든지 이용가능한 종속매체로 보는 크렘린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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