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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나진·선봉 개발 다시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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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나진·선봉 개발 다시 “기지개”

입력
199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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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위 사업부진하자 당 직접 주도/획기적 외자유치법·무비자입항 추진/한국 투자허용따라 접촉활발… SOC확충엔 고민여전북한 대외경제개방정책의 대명사로 부각됐다가 조락했던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프로젝트가 한국정부의 대기업 대북투자 허용 등으로 다시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연히 남북경제계 인사들의 접촉이 잦아지고 투자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은 투자설명회, 법령의 새로운 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북한의 움직임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입안과정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관장하던 정무원산하 대외경제협력추진위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당에서 직접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점이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김정일이 93년 이래 이 사업을 관장해온 대외경제협력추진위가 실적이 부진하고 소리만 컸다고 질책한 이후 김정우 위원장의 발언권이 줄어들고 아래 실무국장급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또 얼마전 지병으로 사망한 백화룡 나진직할시장 후임으로 부총리를 지낸 공진태를 임명하는등 국제경제에 밝고 추진력이 있는 인사들을 이 사업에 대거 참여시키고 있다. 북한은 이외에 획기적인 외자유치방안이 포함된 새로운 관계법령도 오는 8월 공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인 김국태가 법령수정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관련법규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획기적인 내용뿐 아니라 북한의 광고법, 신의주등 서부지역 개방특구 선포 가능성등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나·선무역지대 홍보회사인 홍콩의 월드초이스사는 유엔 공업개발기구와 합동으로 오는 9월 북한 나진현지에서 두번째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한측은 이때 대만과 한국기업인들에게 공해를 통해 무비자로 나진으로 입항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북한이 김일성의 유훈으로 최고목표를 두고 추진중인 나·선지대 개발은 그간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한채 침체돼 있는게 사실이다.

대외경제협력추진위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금까지 이곳을 다녀간 기업체수는 21개국 200여개. 계약고는 6억2,000만달러이나 실제 투자액은 5,400만달러가 전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임대살림집(단층) 300호 및 오피스텔신축 ▲나진항 비료창 신축 및 컨베어벨트시설 ▲상하수도시설 ▲도로건설등이며 대부분 군병력을 동원해 이뤄지고 있다.

외국회사로는 태국 녹슬리그룹의 5,000회선 통신시설공사(총규모 3,000만 달러중 1차분)가 거의 유일하다. 이곳을 다녀간 한국기업은 삼성 대우 쌍용 LG 한국화약 등 10여개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나·선자유경제무역지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하부구조인 사회간접자본의 미비를 들고 있다. 이 지대가 본격 가동하려면 항만 철도 도로 통신 공항 전력 용수는 필수적인데 식량조차 부족한 북한이 이같은 시설을 마련할 재원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외국차관을 유치해야하는데 국제신용도가 낮고(117국중 115위) 사회도 불안정해 해외에서의 투자 유치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잡한 국내법규로 인한 제약도 각국 기업들의 소극적 대북투자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나·선지대를 방문하고 온 한 인사는 도로 대부분이 차량1대가 통과할 수 있는 비포장이고 만주와 연해주를 연결하는 철도는 전적으로 화물수송용이라고 밝혔다. 나진항의 4개부두에는 컨테이너 하역시설이 없고 전기나 수도의 공급도 안정적이지 못하더라는 것.

이 인사에 따르면 나진에 있는 유일한 외국인용 호텔(30실)은 수돗물 사용조차 제한되고 외부세계와의 통신은 평양교환을 경유해야 하는 한대의 팩시밀리와 전화에 의존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20여시간이 소요되는 철도편을 이용하는 실정이라는 것.

그런 반면 북한은 나·선지역 주변 40를 높이 2.2의 철조망으로 둘러싸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 국외방문자들에게 유쾌하지 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나·선자유무역지대개발의 성공은 전적으로 남북관계의 향배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는 4월27일 삼성전자 대우전자 태창등에 모두 1,920만 달러규모의 투자를 허용, 그동안 대북투자 가이드라인인 500만달러를 철폐했다. 이번 대북투자허용은 지난해 9월 남북쌀회담 결렬과 함께 중단된 이후 7개월만에 이뤄진 것으로 최근 북경(베이징)에는 북한 경제고위급 인사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어 화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북경=송대수 특파원>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프로젝트란/1991년 두만강하류 일대 경제개방특구 지정/2010년까지 가공수출·금융·관광중심 청사진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프로젝트는 91년 12월 「정무원 정령 제74호」로 선포됐다.

북한 동북부 두만강 하류 및 동해안지역인 나진·선봉을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국제화물 중계기지, 수출가공기지 및 관광기지로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이 일대 621㎢를 자유경제 무역지대로, 인근 청진항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했다.

북한은 이후 이 지역에 100% 외국인 기업 및 외국은행설립허용, 무사증출입 등 여러 우대조치를 담은 자유경제무역지대법(1993년)을 제정·공포하는 등 투자환경정비를 위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보강했다.

또한 1993년 3월에는 나·선지대 국토건설 총계획을 완성, 21세기를 내다보는 종합적인 개발거점도시 청사진을 제시한데 이어 영역을 확대, 중국의 경신평원에 연결되는 원정리 일대 125㎢를 자유경제무역지대에 추가 편입했다.

이해부터 교통 운수 및 통신을 비롯한 하부구조 건설을 최우선 대상으로 선정하고 도로 및 항만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북한 당국의 목표는 이 지역을 201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자유무역항을 가진 중계형 수출가공기지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제1단계(1993∼1995)는 나진·선봉을 국제화물 중계기지로 육성하는데 필요한 항만 도로 철도 등 통합 수송네트워크를 형성, 정비하고 연간 화물처리능력을 2,000만톤으로 확장하며 거점도시화하는 것이다.

제2단계(1996∼2000)에서는 국제화물 중계기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가공수출 산업기지 건설을 본격 추진하며 국제적 관광기지 개발에 주력한다. 또 수출주도형 제조업에 외국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한다.

제3단계(2001∼2010)에서는 이곳을 국제교류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 및 관광 등 제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계획이다.

한편 북한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취한 우대조치는 ▲지대내 출입시 무사증제도실시 ▲가공수출 통과화물에 무관세 ▲생필품을 제외한 상품생산과 판매가격의 수요공급원칙 적용 ▲경제무역활동을 위한 외국기업의 상주대표사무소 설치가능 ▲기업소득세감면 등 각종 세제상 혜택 ▲회화현금 외화유가증권의 자유반출입 및 거래허용 ▲외국은행과 지점설립 가능 등을 들고 있다.

◎인터뷰/북경 「나·선」 투자자문회사 이규성 사장/한국 국적으로 북국가사업 첨병역/“잠재력 충분 우리기업투자가 관건”

북한이 국가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개발의 첨병이 한국국적의 사업가 이규성씨(49)라면 잘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나·선지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외국인 투자가 지지부진하자 금년초 북경(베이징)에 「나진·선봉 투자자문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북한 정무원 대외경제위원회 산하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와 홍콩에 본사가 있는 월드초이스 인터내셔널사가 50대50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됐다.

나·선투자자문 유한책임회사는 이 지역을 관리 및 경영하고 해외금융 투자상담을 담당한다. 또 투자수속 및 비자업무를 대행하고 있는데 이 회사에는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소속 3명의 국장이 상주하고 있다.

이씨는 월드초이스 인터내셔널 대표로 나·선투자자문 유한책임회사 대표도 맡았는데 이미 북한과는 중계무역을 계속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남북관련사업을 하면서 이씨는 「한쪽만 신뢰해서는 안되고 절대 소리를 내서도(드러나서는)안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이런 이씨가 『내가 이런 사업을 하고 있소』하고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나·선투자개발의 실무를 위임받으면서부터. 이씨는 90년 국내 유수의 모그룹을 북한 김달현부총리와 연결시켰으며 다른 많은 기업들의 대북한 관련 사업도 안보이게 뒷바라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북한인사들로부터 신임을 받은 계기가 뭐냐는 물음에 이씨는 『세월과 신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나·선지대 개발상황은 핑크빛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토로한다.

북한이 철저하게 개방하지 않아 해외자본유치에 장애가 되고 있고 기간시설 및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며 법적 조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방대한 경제적 잠재력과 유리한 지리적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자본만 투입되면 좋은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개방초기 인프라건설에 화교자본이 대거투입돼 성공을 거뒀듯이 한국투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전북 전주출신인 이씨는 고교졸업후 7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곳에서 대학졸업후 군수산업중개 특수장비판매등을 통해 각계 국내 인사들과 친분을 트기도 했다.

이씨는 『나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지만 어떻게 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를 할까 늘 가슴에 새겨두고 있다』고 강조한다.<북경=송대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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