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국회가 29일로 임기를 끝내고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의정사에서 14대는 어떤 국회로 평가받게 될까.돌이켜보면 지난 4년간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변화와 파란의 연속이었다. 임기 개시 1년이 채 못되어 김영삼정부가 출범했고 그와 동시에 불어닥친 개혁바람, 3당체제가 4당체제로 바뀌는 정치판도의 변화, 그리고 두 전직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는 충격적인 사태등은 곧장 14대 국회에 직간접으로 투영되었다.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는 국회였다.
특히 문민정부의 개혁과 사정의 회오리에 휘말려 일부 국회의원들 자신이 의사당을 떠나는 사태가 빚어져 한때 국회의 위상이 말이 아닐 정도로 땅에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시대의 개혁을 위한 각종 입법작업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제기능을 되찾기도 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비롯한 정치개혁관계법의 제정으로부터 시작하여 작년 정기국회 마지막날 통과된 5·18특별법 등이 대표적인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만한 개혁입법 이외 다른 법안 처리도 활발한 편이었다. 법안만 해도 13대의 4백92건에 비해 7백63건을 처리했고 안건 전체로는 무려 1천2백88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공공복리 차원에서 반드시 처리했어야 할 법안의 상당수가 여야간의 의견차이로 자동폐기되고 만 것은 유감이다. 의안처리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나 제대로 된 의원입법이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다. 입법부의 기능을 다하려면 정부제출법안을 심의하는 것보다는 의원들 스스로가 입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날치기통과 변칙처리공전 등 국회의 파행운영은 우리 국회의 고질로 인정된지 오래다. 14대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었다. 대화와 절충을 모르는 여야간의 대립 대결 관계가 빚어온 현상이다. 다같이 반성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의원들의 이합집산과 정당들의 분당 창당 등으로 14대 국회는 정말 어지러웠다. 4년전 개원 당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정당은 하나도 없다. 전체 의원중 1백20여명이 한번 이상 탈당과 입당을 반복했다.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14대 총선 당시의 당적 소속을 그대로 갖고 있는 의원은 한명도 없다. 어떤 의원은 여섯번이나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국회도 드물 것이다. 이는 우리 정치가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제14대 국회는 그만큼 정치적 격동기에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을 헤쳐 왔다는 얘기다. 권위주의시대에서 문민시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걸쳐 있었던 운명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먼 훗날 역사의 평가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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