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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들의 귀가」/설희관 여론독자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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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들의 귀가」/설희관 여론독자부장(메아리)

입력
199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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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여기는 오대양의 연어들이 떼지어 모여드는 남대천의 고향집/ 보고싶던 얼굴 위에 쌓인 세월이 하얗다/ 밤하늘의 별처럼 시인들이 많아도 어떻게 만남의 이 기쁨 노래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 그리는 화가들이 모여서도 어떻게 상봉의 이 표정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하략). 지난 18일 필자의 모교 교정서 열린 고교졸업 30주년 기념식에서 「연어들의 귀가」란 제목으로 낭송했던 어쭙잖은 자작시의 첫구절이다. 홈 커밍 데이. 집에 오는 날로 직역해야 맛이 더 난다. 이제는 노거수가 되신 스물세분의 은사를 모시고 한마당에 선 우리는 봄소풍날 어린이처럼 설다. 타임머신을 타고 아카시아 꽃향기 진동하던 학창시절로 돌아가 행복했다. 미국에서 일부러 달려온 동문중에는 졸업 후 처음 본 친구도 있었다. 클리프 리처드의 「The Young Ones」를 잘 부르던 녀석의 동안(동안)에는 벽돌 교사(교사)에 휘감겼던 담쟁이 같은 주름이 깊게 패였다.금의환향한 「연어」들이 그린 인생수채화는 보기 좋고 자랑스러웠다. 폼잡을 만도 했다. 그러나 동문회 수첩에 검은테로 남은 친구, 생존경쟁의 대해에서 파도와 암초에 깨지고 찢긴 연어도 보였다. 그래도 한데 어우러져 흥겨웠다. 귀가잔치가 심야까지 이어지는 동안 유난히 누비고 다니는 동문이 있었다. 어릴 때 심한 화상으로 얼굴과 두 손을 많이 상한 친구였다.

겉모습은 비록 가슴 아프지만 고통과 좌절을 뛰어 넘은 그의 눈빛을 우리는 사랑한다. 악수할 때 느껴지는 손의 물컹함과 까칠한 감각에도 익숙해진 지 오래됐다. 가만히 생각해 봤다. 지금은 저렇듯 편안하고 넉넉해진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만 마음속 풍랑과 비통을 잠재우느라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쌀집 주인인 그가 상품으로 내놓은 쌀 한가마는 장호원에서 돼지농장하는 동문이 가져갔다. 우리는 그날밤 헤어지면서 30년 후를 다시 기약했으나 어느 누구도 출석을 장담하지는 못했다. 그 때는 영원히 「귀가」했거나, 귀가해야 할 시간이 코앞에 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3학년 2반 34번으로 돌아가 찍혔던 홈 커밍 데이의 비디오와 단체사진이 언제쯤 도착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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