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소비재 봇물 시장 잠식최근의 국제수지위기도 산업정책을 잘못 편 정부의 자업자득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중공업 맹신주의」와 「경공업 경시풍조」는 산업구조를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선박등 몇몇 「효자업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고 결국 반도체 수출가격이 급락하자 정부의 국제수지관리능력이 마비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80년대초만 해도 주력수출업종이었던 경공업은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운동화 수출(출하액기준)은 90년 2조3천억원규모에서 지난해 5천7백억원대로 추락했고 인형 및 장난감도 3천억원에서 6백억원으로 80%나 줄어들었다. 합성섬유사는 90년 15만7천에서 작년엔 6만3천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출규모가 28만6천대에서 83만9천대로 늘어난 자동차, 1조2천억원에서 2조5천억원대로 배나 늘어난 컴퓨터 및 주변기기, 2조원규모에서 무려 15조원대로 7배나 증가한 반도체 집적회로등 주요 중공업제품과는 너무도 큰 대조를 이룬다.
올 1·4분기만 보더라도 경공업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2.6% 증가에 그쳐 전체 수출증가율(21.5%)에 턱없이 밑돌았다. 그나마 2백11%나 늘어난 귀금속류를 빼면 섬유 종이 등은 3∼10% 수출이 줄었고 신발류는 무려 27·4%나 감소했다.
반면 경공업제품, 특히 국민생활과 밀접한 소비재수입은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1·4분기중 외제의류품은 수입규모가 1년전에 비해 51.3%나 늘어났고 담배 54.3%, 화장품은 55.6% 증가했다. 봇물처럼 밀려오는 외제품에 의해 국산소비재 시장은 완전 잠식당하고 있는 셈이다.
경공업의 수출부진과 내수시장잠식은 기본적으로 고부가가치화의 실패에 기인한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은 정부의 경공업 외면에 있다.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의류·봉제품이 수출기여도가 낮고 수입개방이 불가피하더라도 국내생필품 시장을 외산품에 내줄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산업정책은 국가경제를 반도체와 이를 생산하는 몇몇 대기업에 맡기는 양상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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