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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의 즐거움(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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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의 즐거움(음악노트)

입력
199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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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푸르른 계절은 마치 만물의 합창을 듣는 것처럼 정겹다. 음악에서 합창은 교회음악 뿐만 아니라 화려한 오페라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신의 권세가 첨탑처럼 아득히 높았던 중세로부터 합창은 숭고한 화음으로 신의 사랑과 메시지를 전했다. 더불어 세속의 합창은 희로애락이 어깨동무처럼 얽혀 멋진 앙상블을 이루었다. 포스터의 「스와니강」이나 「꿈길에서」를 합창으로 부르며 자랐던 세대들은 아직도 그때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바그너의 악극 「탄호이저」에 나오는 「순례자의 합창」처럼 장엄하고 눈부신 곡을 들을 때의 감탄도 떠오를 것이다.오페라에서 합창은 무대 장면의 규모와 화려함은 물론 비극의 절정을 묘사하는 데 더없이 훌륭한 역할을 한다. 베르디는 푸치니보다 남성적 매력이 넘치는 합창곡을 썼다. 「아이다」의 「개선합창」이나 「일 트로바토레」의 「대장간의 합창」은 장쾌한 맛을 지녔고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는 영혼으로 읊조리는 듯한 자유를 향한 갈망이 깃들어 있다. 베르디는 오페라 속의 합창으로 국민을 하나로 묶어 조국의 통일을 기원한 애국자였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문을 연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서 「사냥꾼의 합창」은 뿔피리를 상징하는 호른과 남성합창이 사냥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순수합창곡으로 맑은 시냇물처럼 평화로움과 화음의 정갈함을 느끼게 하는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팔레스트리나의 아카펠라(무반주합창)는 전자음향과 과다한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무공해의 원천을 제공할 것이다.

사람의 모든 감각은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큰 자극을 부른다. 소란함에 길들여져 섬세함을 잃는다면 그만큼 감수성이 상처를 입게 된다. 중·고교에서 합창이 사라지고 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자신이 돋보이지 않기 때문에 합창이 싫다고 한다. 친구들과 합창 한 번 해보지 못한 오늘의 청소년들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상대방의 소리를 들으며 거기에 자신의 소리를 보탰을 때 어울려 나오는 화음의 묘미, 그것은 바로 모두의 목소리를 절제함으로써 탄생하는 아름다움의 비밀이다.

청소년이나 일반이 합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곡이 많이 나와야겠다. 오늘의 우리 국민이 부를 합창곡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곡들을 멋있게 편곡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합창단들은 70년대와 같은 합창의 르네상스를 일으켜야 할 책임이 크다. 합창의 즐거움을 누리자.<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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