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외의 사안은 북과 직접 협의” 구상/북서 쉽게 보조 안맞춰 「고속」 진행은 힘들듯미국의 대북정책이 빌 리처드슨 의원의 방북을 계기로 뚜렷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사실 리처드슨 의원의 방북전부터 이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국은 대북관계개선에 대해 4자회담등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문제와 직결된 사안은 「한미행정부간 사전협의」, 그외의 사안은 「북·미간 직접 논의」로 방향을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요미우리(독매)신문은 미국이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진행돼 온 북한과의 협의를 「포괄적 협의」로 전환키로 했다고 보도,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이 보도내용을 부인했지만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진행돼 온 북·미간 협의가 포괄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은 미국내에서 일찍부터 있어 왔다.
리처드슨 의원은 이번 방북에 이은 방한을 통해 미국의 이같은 대북정책의 방향을 남북한 양측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그의 방북 자체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이번 방북 보따리에는 한국전 참전 미군유해 송환문제, 쌀지원 문제, 경제제재 완화문제등의 북·미간 직접논의 사안과 함께 4자회담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클린턴대통령은 4자회담 문제의 경우 북·미 직접 접촉이 한국 정부를 자극할 것을 우려, 행정부 고위관리 대신 의원을 파견한 것이다.
백악관이 리처드슨 의원의 방북에 앞서 그를 「백악관의 의중 전달자」라고 지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공식적인 미정부의 대표임을 부인한 것이 미국의 2중 구조적인 대북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향후 대북정책은 북한의 4자회담 수용과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협의가 연결돼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턴행정부는 이같은 대북정책의 방향이 제주도 한미정상회담과 제네바 북·미합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선거를 앞둔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이렇게 함으로써 한국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의 돌출행동도 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같은 미국의 의도에 보조를 맞춰줄 것이냐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가장 시급히 원하고 있는 경제제재완화와 식량지원 문제를 북·미관계개선 협의의 우선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은 그것이 국제기구를 통한 방식이든 직접전달 방식이든 「시급한 사안」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강조해 왔다.
미국은 4자회담과 관련, 상당히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파악하고 있는 북한은 4자회담 수용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함으로써 북·미관계개선의 속도를 앞당기고 폭도 넓히려 들고 있다.
역으로 미국도 북한의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북·미관계 개선 협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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