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잘하게 분류땐 역효과도 고려해야한국일보 신문지면 40면은 1면을 4쪽으로 보면 160쪽짜리 책 한 권에 해당한다. 적은 분량이 아니다. 독자들은 별 생각없이 신문을 대할 지 모르지만 160쪽짜리 책 한 권을 매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취재와 편집, 그리고 제작과정을 거쳐 각 가정에 배달되기까지 수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언론학자로서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한편으로 독자의 편에서 160쪽짜리 책을 매일 읽어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두서없이 산만하게 얼기설기 엮어 놓은 신문을 대하면 독자들은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많은 양의 신문기사들을 독자들이 편하게 읽고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신문이 그 기사들을 주제별로 묶어 섹션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섹션화한다는 것은 많은 기사를 분류해서 정리한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분류된 섹션에 익숙해지게 하여 좋아하는 섹션을 찾아보고 그것을 기다리게 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일보 월요일자 「월요바둑」이나 「북한소식」섹션을 독자들이 접하다 보니 도움이 돼서 월요일자 신문을 기다리게 된다거나, 가판을 통해 우연히 한국일보를 보다가 어떤 섹션을 좋아하게 되어 정기독자가 될 때에 섹션화는 성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문사로서는 섹션화를 통해 많은 기사를 분류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할 뿐만 아니라 섹션분류를 독자들에게 인지시키고 더 나아가 호감을 갖게 해야만 된다는 것이다.
섹션을 너무 잘게 분류하면 복잡해지고 독자들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특색있는 섹션을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너무 크게 분류하게 되면 단순하기 때문에 인지도는 높일 수 있지만 특색있는 섹션을 개발하기가 힘들게 된다.
한국일보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면 특색있는 섹션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의 느낌으로는 그러한 노력이 지나쳐 섹션분류를 너무 세분화한 나머지 전체적인 강조점이 실종된 듯하다.
비슷한 섹션의 중복과 세분화로 독자들의 인지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그저 기사를 주제별로 묶어 놓았다는 것 이상의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정보를 담고 있는 면과 다양한 독자층이 있는 분류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기사들은 크게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과학」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뉴미디어 2000」과, 「문화」는 「학술문화재」와, 「국제」는 「월드파노라마」 「월드리포트」와 중복된다. 「연예」 「방송」 「TV마당」 「영화비디오」 등은 「영상연예정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따로 분류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세분화는 산만한 느낌만 주게 된다.
그러나 「월요바둑」 「문화게시판」 「중소기업」 「재테크」 「쇼핑플라자」 「자동차」 「건강의학」 「패션」 「환경」 등은 주제와 독자층이 뚜렷하기 때문에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훌륭한 섹션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일보에서 특색으로 삼을 만한 섹션을 골라 하루에 한두가지 정도를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그것들을 제한해야 한다. 좋다고 해서 너무 벌리면 인지도가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일보를 보면 섹션면에 대한 전체적인 안내가 없다. 또 섹션과 섹션과의 구분이 편집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지금도 중요기사는 1면에 안내를 하지만 산발적이다. 해당일자의 모든 섹션과 그 섹션에서의 중요한 기사들을 1면에서 박스기사로 안내해 주는 것이 독자들의 섹션에 대한 인지도와 호기심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섹션면간의 구분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 해당면 맨 위쪽에 위치한 섹션제목을 해당면 중간부분의 좌우로 붙여서 알아보기 쉽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신문들은 지면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섹션화를 지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섹션개발이 중요하다. 치밀한 독자조사와 집중적인 연구로 한국일보만의 특색있는 색션주제와 편집방식을 개발하기 바란다.<장익진 부산대교수·미 플로리다주립대신문학박사>장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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