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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4패빅 무승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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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4패빅 무승부 나왔다

입력
199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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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능욱­홍태선 대국 양패·단패 끝없이 순환/홍7단 착오 「패능욱」 서9단 다 진 바둑 비겨국내 프로바둑에서 처음으로 4패에 의한 빅이 등장했다. 21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LG배 기왕전 예선전 서능욱9단과 홍태선7단의 대국에서 양패 한 개와 단패 두 개가 발생, 4개의 패가 서로 순환해서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한 똑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형태가 나와 무승부처리됐다. 바둑에서는 빅을 없애기 위해 흑5집반 공제제도를 택하고 있으나 3패나 4패, 장생등으로 인해 동형반복이 계속될 때는 예외적으로 판 전체를 무승부로 처리한다.

기록상 세계 최초의 3패빅은 1582년 6월1일 일본 혼노지(본능사)에서 오다 노부나가(직전신장) 앞에서 승려 닛카이(일해·제1세 본인방산사)와 리겐(이현·하야시(림)가의 시조)이 둔 바둑에서 처음 나왔다고 전한다. 당시 오다는 바둑에 정신이 팔려 반란을 감지하지 못해 죽었고 이 때문에 3패빅은 불길한 징조라는 속설이 전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3패빅이 3번 나왔다. 최초의 3패빅은 78년5월 제47회 을조 승단대회에서 장두진3단과 한철균2단이 기록했으며 87년 9월28일 제5기 MBC제왕전 본선에서 고재희6단과 홍종현6단의 대국, 94년 최창원6단과 정동식5단과의 예선대국에서도 3패가 나왔는데 기보가 전하는 것은 고6단과 홍6단의 대국 뿐이다.

한편 장생으로 인한 빅은 93년 9월2일 제49기 혼인보(본인방)전 본선리그 린하이펑9단과 고마쓰 히데키8단의 대국에서 나타났고 4패빅은 92년 1월29일 제17기 기성전 각단 우승전에서 조상연5단(조치훈9단의 친형)과 호시노 마사키5단의 대국등 일본에서만 3차례 출현했다. 지금까지 나온 4패빅은 양패 두 개가 동시발생한 형태로 동형반복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4패빅은 흑을 쥔 홍7단이 패 하나를 양보했으면 이길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완벽한 4패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보의 흑 1(실전의 241)이 사건의 발단. 우변쪽 △의 곳에 패모양이 하나 있고 우하귀는 백이 8에 단수하면 흑은 9와 「가」의 곳을 맞보아 양패형태이다. 흑은 좌상방면에서 흑 5로 패를 걸면 두 패중 하나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백이 흑 7때 백 8로 단수한 후 10으로 △자리를 되때리니 우하귀의 양패 하나로 좌우의 패를 모두 버틸 수 있게 돼 똑같은 모양이 반복된다. 백은 패를 양보하면 무조건 지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흑은 11로 □의 곳을 이어 팻감을 없앤후 백이 「나」로 패 하나를 해소할 때 7의 곳 패를 다시 따낼 수 있다.

그러면 이 패싸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데 백은 다음에 팻감이 없다. 하지만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홍7단은 패를 양보하면 두어집 이긴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승부를 제의했고 서9단이 동의, 4패에 의한 판빅이 이루어진 것.

홍7단은 국후검토결과 이길 수 있었던 바둑을 비긴 것이 확인되자 애석한 표정이었으나 「패능욱」이라는 별명답게 다 진 바둑을 패를 이용해 비기고 대국료까지 두 배로 받게 된(재대국을 하므로) 서9단은 싱글벙글이었다.<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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