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두서너 배쯤 노력하되 극성스럽게 보여서는 재미없고, 모든 일에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참고 희생할 일이지, 자꾸 따지고 들어 주변사람들과 마찰을 일으켜서는 안되고, 열심히 일한다는 핑계로 여성미를 잃는 것도 안되고, 직장에 와서는 집안일을 까맣게 잊되, 가정생활이 엉망이라는 소리를 들어서도 안되고, 「언제든지 집안에 들어 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직업의식이 없는 소치이니 안되고….지난 주에는 이렇게 숱한 「안되고」의 벽을 넘고, 공직에 20∼30년이상 봉직해 온 여성관리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국가행정과 과학, 기술, 문화등의 전문분야와 소년원과 감호소, 병원과 재활원처럼 평생토록 봉사해야 하는 일터에서, 뒤지지 않는 소신과 열정으로 일해 온 그이들의 모습은 만고풍상을 겪고도, 기품있게 제 자리를 지키는 노송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전체 국가 공무원중 26.5%가 여성인데 관리직에 속하는 5급이상의 여성관리자는 1.9%에 불과하다. 이는 비교적 성차별이 적은 공직사회지만, 능력평가면에서는 차별의식이 실존함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들에게는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일터와 기회가 적게 주어지고, 그러니 능력발휘의 대가로 주어지는 승진기회도 좀처럼 잡기 어렵고, 이런 현실에서 혼자 어찌 해볼 수 없으니, 그저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결과가 「1.9%」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보화시대인 21세기는 여성(Female)과 감성(Feeling)과 상상(Fiction)의 3F시대라고 들었다. 그러므로 인류의 반인 여성의 능력을 얼마나 잘 계발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확보된다고 한다. 편향된 시각으로 「여성」을 규정하고 제한을 두는 것은, 여러 「안되고」의 벽을 뛰어 넘은 소수의 슈퍼우먼은 탄생시키겠지만 여성인력의 효율적인 활용과는 거리가 멀다. 은인자중할 줄 아는 슬기로운 한국여성들이 있는 그대로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기대한다.<송혜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송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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