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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러 검찰 벌목공 시체검안 비디오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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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러 검찰 벌목공 시체검안 비디오 입수

입력
1996.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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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고문 등 인권유린 흔적/북 동사주장 불구 눈밑에 멍든 자국/머리뒤쪽 둔기로 맞은 함몰 부분도그동안 탈북 벌목공들의 증언에 그쳤던 러시아내 북한 벌목장에서의 인권유린 실태를 본보가 입수한 러시아 검찰의 비디오테이프로 확인할 수 있다. 91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주 벌목장에서 탈출한 한철길이 외부세계에 벌목장내 인권유린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뒤 갖가지 사례들이 증언과 보고서및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전해졌으나 영상을 통해 그 실태가 생생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분 분량의 이 비디오 테이프는 하바로프스크주 웰흐노 브린스키군 검찰이 94년 3월26일 하오 2시께 군내 우르갈 벌목장에서 북한 송환을 앞둔 벌목공 시체 5구를 검안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당시 북벌목장내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자 벌목공 시체 검안에 나서게 됐는데 검안을 지휘한 검사는 삼손코프고 검안의는 왈예라이다.

이 테이프 내용에 따르면 북한측이 93년 12월22일 일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어 동사했다고 밝힌 박승환(우르갈 북벌목장 5사업소)의 시체를 검안한 러시아 의사는 오른손에 불로 지진 흔적이 있으며 왼손에도 비슷한 상처가 몇개 있다고 말한다. 또 왼손에는 칼자국이 손등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고 깊게 패어있는데 자해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검안의는 이어 손부위의 상처외에 오른쪽 눈옆에 길이 2.5㎝, 1.7㎝의 자상 2개가 있다고 밝혀 박이 고문과 구타를 당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93년 11월11일 운전하다 떨어져 동사했다는 최의덕(4사업소)의 시체에서도 눈주위에 자상이 나타났는데 검안의는 최의 오른쪽 눈 근처에 얻어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피하출혈 흔적과 함께 길이 2.5㎝, 넓이 0.7㎝의 상처가 나있다고 말한다. 또 최가 동사했다는 북한측 설명과는 달리 최의 입부위를 싸고 있는 흰 천에는 구타당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선명히 나타난다. 이들의 사인과 관련, 박은 길을 잃어 동사했고 최는 운전도중 떨어져 얼어죽었다는 북한측 주장은 벌목공들이 단독으로 다니거나 차량에 혼자 탑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별로 없다. 게다가 린치를 당한 흔적이 너무나 분명해 이들이 살해됐는 지 여부를 입증하기는 어렵다해도 적어도 탈출시도나 내부규율 위반등으로 고문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새까맣게 불타있는 벌목공 김현대의 시체는 그가 피살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검안의는 김의 머리 뒤쪽에 둔기로 얻어맞은 것 같은 함몰부분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간 탈북 벌목공들은 벌목장에서 처형할 때 주로 망치로 머리 뒷부분을 때려 죽인다고 증언했었다. 김은 망치로 얻어맞고 숨진 뒤 불태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측은 러시아 검사에게 김의 사인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러시아 검찰이 검안한 벌목공들의 시체는 이들이 설령 살해되지는 않았다하더라도 최소한 끔찍한 신체적 고통을 당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어 그동안 벌목장내 인권유린을 부인해온 북한측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추후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안의의 소견과는 달리 이들 시체는 검안뒤 북한으로 바로 보내져 정확한 사인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러시아 최고회의 인권위원회(위원장 코발료프)가 93년 체크도민 북한 벌목장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인 뒤 벌목장에서 구타, 감금등으로 월평균 10명의 벌목공들이 숨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 북한측은 사고가 많기 때문에 사망률도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위원회는 시체를 검안할 기회도 없었기때문에 인권유린 혐의가 짙다는 수준 이상의 정확한 진실 규명에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이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검안 내용은 진상에 훨씬 다가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95년 2월 러시아와 임업협정을 갱신하면서 벌목장내 인권보호등을 약속했고 러시아측은 벌목장에 대한 사법권 행사를 다짐했다. 그렇지만 북한 벌목장이 이제는 「치외법권적 인권 사각지대」에서 벗어났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외부인은 아무도 없다.<하바로프스크=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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