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곡인 쌀의 자급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국경없는 개방체제를 지향하고 있는 때에 쌀의 자급자족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식량안보차원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주곡자립체제는 지켜져야 한다.물론 비교우위론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쌀농사 대신 채산성이 좋은 채소, 꽃, 고추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거나 또는 아예 논을 공장이나 창고로 전용, 농업대신 수익성 높은 제조업이나 물류업으로 전업하고 부족한 쌀은 수입해서 충족하면 된다.
그러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특수상황에서는 시장경제체제를 전제로 한 비교우위론은 한낱 교과서적인 이론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식량수출국은 얼마든지 식량을 무기화, 경제적 뿐만 아니라 엄청난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74년의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식량의 무기화가 가능하며 그 위력이 무섭다는 것을 실증시켜 준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쌀의 적정재고량 부족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도입해야 하는 최소 수입의무량(MAA)의 쌀 44만톤을 과자제조용등의 가공용 쌀이 아니라 국민들이 소비할 식용쌀로 도입할 것을 검토중이라는 것은 적지않게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 적정재고량 부족은 지난해의 흉작 등 일시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경지면적의 축소, 쌀농사의 기피추세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된 것이므로 타개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쌀의 부족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한국에 권고한 적정재고량은 5백50만섬 내지 5백60만섬(연간 소비량의 17∼18%), 그런데 현재의 재고량은 이에 약간 미달하는 5백만섬인데 이것이 오는 10월말에는 2백78만섬으로 대폭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후는 햅쌀이 나오기 시작하므로 식량사정은 작황에 따라 좌우된다. 그런데 쌀의 생산량이 91년(3천7백39만섬)이후 지난해(3천2백60만섬)에 이르기까지 계속 상당한 수준으로 감축,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식용쌀도 항구적인 수입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쌀의 자급을 지키자면 우선 감산의 주요요인중 하나인 논의 전용과 휴경화를 방지해야겠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경쟁과 정부의 국토정책이 보존에서 개발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농지잠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공장·주택·관광시설 등으로 전용된 농지는 1만6천2백79정보(약5천만평), 서울 여의도 면적의 45배나 된다. 이중 농업진흥지역 안의 전용면적이 2천8백정보로 17·4%나 되고 있다. 뭣보다 쌀농사의 채산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주곡자급 종합대책을 세워 동요하는 자급체제를 바로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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