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태만 전문 접수도 몰라/“훈련땐 요란 떨더니” 비난 빗발/경기·인천서만 경보수도 서울의 하늘에 구멍이 뻥 뚫렸다. 북한공군 이철수 대위(30)가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한 23일 서울지역의 민방공 사이렌은 침묵했고 경계경보 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경계경보 해제 소식만 접한 시민들은 『1천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왔다 갔다 하는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시민들은 『평소 민방위훈련만 열심히 실시하면 무엇하느냐』며 『이번 기회에 민방공 운영체계의 허점을 철저히 점검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 언론사 등에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어리둥절한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날 경기 오산의 TACC(전역항공통제본부)에 비상이 걸린 시각은 상오 10시44분. TACC의 미공군 작전통제관(SODO)는 근무자에게 비상대기를 통보한 뒤 상오 10시56분에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 민방공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경보사이렌은 인천과 경기지역에만 울렸을 뿐 서울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서울시 민방공경보통제소에 경보발령전문이 내려졌으나 근무자들의 태만과 상황판단 미숙으로 경보가 발령되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 민방공경보통제소(소장 김두수)에 따르면 이날 상오10시59분39초 TACC로부터 실제 경계경보(REAL ALARM) 전문이 컴퓨터데이터 통신으로 전송됐다. 직전에는 4차례나 비상대기 전문이 컴퓨터와 유선으로 접수됐다. 그러나 통제소 직원들은 11시0분48초에 경보해제(REAL RESET)전문 컴퓨터 데이터와 내무부의 해제 요구 전화를 받은 후에야 실제 상황을 파악했다.
이에 대해 경보통제소 김소장은 『경보지령이 육성으로 오지 않고 컴퓨터로만 전달돼 훈련 상황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통제소측은 또 상오 10시56분 경기 인천 지역의 경보 발령 및 11시3분의 해제발령 시간과 서울시가 시차가 난 데 대해 『TACC가 직접 발령할 수 있는 자동경보장치를 94년12월 도입했으나 오작동 사례가 수차례 일어나 이를 수동으로 전환시켜 놓았다』고 밝혀 서울시의 경보발령체제에 구멍이 뚫려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편 이날 경계경보가 방송되지 않은 데 대해 KBS의 편성담당자는 『비상사태시의 경보방송은 민방위본부측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서 자동적으로 나가도록 돼있으나 어느 쪽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기계에 결함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최성욱·이영섭 기자>최성욱·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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