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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아트센터의 「어머니」(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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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숭아트센터의 「어머니」(연극평)

입력
1996.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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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연출·연기·무대 4박자갖춘 수작이윤택과 김명곤. 각각 연희단거리패와 아리랑을 창단하여 10년동안 치열하게 우리 연극을 살찌운 인물들이다. 때로는 거칠다 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이윤택과 너무나도 섬세한 김명곤. 연극에 있어 이 둘의 만남은 그 자체로 큰 기대를 낳는 사건이다.

하지만 기질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우려는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어머니」를 보면 단번에 기우가 되고 만다. 즉 나름의 연극언어를 확립한 두 사람의 조합은 분명 단순합계를 훨씬 넘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었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사회와 가정에서 온갖 학대를 받으며 또한 가난과 전쟁의 모진 위험을 견디며 묵묵히 그러나 끈질기게 자식을 키워 온 우리의 어머니. 극작가로서 이윤택이 찾아낸 보편적인 우리 어머니상이다. 그 어머니가 입을 열어 과거사를 풀어놓는다. 물론 40대라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절대 발설 않고 무덤까지 가져가려 한 비밀도 있다. 전쟁때 잃은, 아버지가 다른 아들 이야기가 그것이다. 남은 아들은 그 한맺힌 사연에 숙연해져 어머니와 함께 죽은 형의 넋을 위로한다. 드디어 어머니는 첫 사랑과 그 아들과 남편이 있는 저승으로 떠난다.

이제 이윤택은 관객의 정서를 확실히 파악한 듯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진부한 이야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나 연출가로서 거친 무대를 용납하지 못하는 김명곤의 완벽주의가 아니라면 단순나열의 밋밋함을 극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극 중간에 이르면 같은 구조의 반복으로 다소 지루한 감도 있다. 하지만 어린 아들이 죽는 전쟁장면과 그 넋을 위로하는 굿판에서 느끼게 되는 뭉클하면서도 진한 감동은 앞서의 지루함을 일종의 여유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관객이 만나는 것은 결국 배우와 그들의 무대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연성과는 중심을 이루며 시종 극을 이끌어가는 나문희(어머니 역)의 무르익은 연기와 김민희(어머니 어린 시절 역), 정은표(양산복 역)를 비롯한 여러 조역들의 비교적 안정된 뒷받침, 고분 내부를 형상화한 듯한 직선에 우리 토속의 곡선을 잘 조화시킨 박동우의 세련된 미술, 전래 가락을 살린 이성재의 구수한 음악 등에 힘입은 바 크다 하겠다.<김세곤 연극평론가·가야대 연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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