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와 기성세대라는 말이 있듯이 예술인들도 신인과 기성으로 나뉘어지곤 한다. 신인이라는 말은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사람이 나타났을 때 자연스럽게 붙일 수 있으니 어려울 게 없지만 알쏭달쏭한 것은 기성이라는 개념이다 (이미 이루었다는 뜻인데 이루다니, 무엇을?). 신인과 기성이 서로 상대개념으로 쓰이고 있어 신인이 아닌 사람은 전부 기성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율로 보아 신인은 한 사회의 극히 일부일 터이니 새로 나온 사람을 신인으로 불러주면 됐지 나머지 사람을 기성이라고 굳이 부를 것도 없거니와 스스로 「나는 기성이오」라고 말하는 것도 쑥스러울 일이다.적어도 영화계에서는 「신인배우」라는 말은 자주 해도 「기성배우」라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이는 굳이 그런 명칭을 쓸 것도 없이 관객이 배우의 얼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독 출연자 스스로 신인이냐 기성이냐에 신경을 쓰는 곳이 오페라계이다. 특이한 것은 그러한 구분이 얼굴이 자주 익혀지면 신인에서 기성으로 바뀌는 상식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 같지도 않다는 점이다. 오페라계에서 신인과 기성은 어딘가 역량의 차이를 나타내는 칭호처럼 보이고 나아가 무슨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외국의 오페라계에서는 「혜성과 같이 나타난 신인」을 자주 만나지만 어찌된 셈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신인에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 같은 공연을 하는데 신인팀과 기성팀이 나뉘어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더 야릇한 것은 다만 몇시간이라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무대에서 기성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상투를 틀어야 사내 구실하는 것으로 인정받던 것과 마찬가지로 촌스런 관행이다. 대체 대학교수와 노래하는 무대 배우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기성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는 노래는 고사하고 기본조차 안되어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니 슬픈 노릇이다.
한국오페라는 공연시스템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으니 무대 위에 「이미 이루어진」 배우가 있을 리 없다. 오페라를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이미 이루었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전혀 이루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부지런히 처음부터 시작할 일이다.<예술의전당 예술감독>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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