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토니상 후보에/“데뷔 한달만에 큰상 후보돼 얼떨떨”/탁월한 끼·남다른 노력 상복 잇달아「태국의 옛왕국 사이암의 궁궐 담벼락에서 후궁 「텁팀」은 애인을 몰래 만나 깊은 포옹을 한다. 텁팀은 목청높여 사랑을 노래하지만, 왕의 부름을 받아 무거운 발걸음을 궁궐로 돌린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왕과 나(King and I)」에서 후궁 텁팀역이 연기하는 장면가운데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최주희씨(28)는 이 뮤지컬에 데뷔한지 한달만에 토니상 여우조연상 수상후보에 올랐다. 한국인이 토니상 수상후보에 오르기는 최씨가 처음이다.
『글쎄요. 뮤지컬에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토니상 수상후보에 올라 얼떨떨해요. 요즘은 좋은 일이 많이 생겨 텁팀이 울어야 하는 장면에서 연기가 제대로 안돼 고민입니다』
닐 사이먼극장에서 공연 중간에 만난 최씨는 슬픈 텁팀 배역과 달리 활달하게 소감을 말했다.
텁팀은 사이암왕에게 간택돼 애인과 이별, 궁궐에 끌려온 비련의 여인이다. 사이암왕은 19세기 중엽 계급사회를 고수하는 인물이고 여주인공인 영어교사 안나는 봉건사회에 서구문물을 가르치는 상징이라면 최씨가 맡은 텁팀은 계급타파와 사랑, 그리고 자유를 외치고 노래하는 역이다.
『뮤지컬에서는 영화 「왕과 나」에서보다 텁팀의 역할이 부각돼 봉건사회와 서구문명사이의 갈등이 더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팀과의 조화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소화해 나가고 있어요』
태국을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그는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극장 인근에 있는 태국음식점을 즐겨 찾는다.
최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뒤 91년 미국에 건너와 지난해 줄리아드 음대를 마쳤다. 즐리아드 음대 유학시절 두번이나 음악콩쿠르에 참가, 수상하는 등 탁월한 「끼」를 발휘했으며 지난달 20일에는 시어티 월드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씨가 출연한 「왕과 나」는 여우조연상 이외에도 여우주연·남우주연·리바이벌작품·연출·의상·무대디자인·조명상등 모두 8개 부문에서 후보지명을 받았다.
그는 『여우조연상 후보가 네명이나 되는데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내달 2일 있을 수상자 발표와 시상식을 가슴졸이며 기다리고 있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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