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온지 3년째인 한 주재원 부인이 얼마전에 겪은 자그마한 경험을 들려줬다.얘기인즉 남편이 입을 와이셔츠 3장을 백화점에서 사서 집에 와보니 하나가 조금 컸다는 것이다. 다음날 백화점에 다시 가 줄여달라고 했더니 점원이 흔쾌히 승락한뒤 우편으로 보내줄테니 며칠만 기다리라고 했다. 한달이 돼도 우편이 도착하지 않아 백화점에 항의했다.
점원은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며 곧 수선해서 보내주겠으니 와이셔츠 한장값에 해당하는 85달러를 받아가라고 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돈을 받고 되돌아왔다. 그래서 부인은 와이셔츠도 고치고, 와이셔츠 한장값도 받게 됐다.
와이셔츠 뿐아니다. 1년전에 산 다리미가 고장나 물건을 산 쇼핑센터에 가져갔더니 새 것을 하나 더 보내주었고, 두달전에 사 입던 블라우스 색깔이 맘에 들지 않아 물어보니 두말않고 같은 값의 다른 블라우스를 골라가라고 했다는 얘기였다.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와이셔츠 한장과 다리미 하나가 공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미국 상거래에서는 소비자가 그 물건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정신적 손실에 대해서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해야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돼있다.
소비자의 권리가 철저히 보장돼 있고 기업인과 상인들도 소비자를 떠나 영업을 할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는 단적인 예다.
얘기를 들으면서 국내 최대 전자회사가 소비자에게 베푸는 서비스가 머리에 떠올라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PC 사용자가 고장난 부품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하면 메이커는 단종됐기 때문에 부품이 없다고 대답하기 일쑤다.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고 부품생산도 끝낸다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커녕 횡포에 가까운 일이다.
『관료는 3류요, 정치는 4류』라고 비아냥 거리는 국내 회사가 미국 와이셔츠업체보다 형편없는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베풀면서 매출액 10조원을 넘는 초일류기업이라고 자부할수 있는지 묻고 싶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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