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아니더라도 나는 종종 헨델의 「라르고」,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등을 가르쳐주신 중고교 때 음악선생님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음악에 소질도 없는 내가 지루함 속에서도 장중하고 낭만적인 그 노래들을 반복해 배우지 못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의 하찮은 문화적 감수성이 더욱 황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70년부터 시작된 어린이 음악프로로 「누가 누가 잘하나」(KBS)가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나와 기존의 동요나 자기 학교 선생님이 작사작곡한 창작동요를 열창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어린이들이 가요를 더 좋아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프로는 80년초에 사라졌다. 그 뒤 유사한 프로도 있었지만 「누가 누가…」처럼 교육적이거나 진지하지는 못했다.
요즘은 어린이 보컬들이 결성돼 랩 댄스곡을 부르고 음반도 내놓는다. 또한 그런 유의 노래들이 어느덧 TV 어린이프로에 스며들고 있다. 어린이들의 감각이 유행을 따라 랩쪽으로 선회한 탓이라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어른과 TV제작자, 어린이 모두가 상업주의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나이에 맞는 노랫말과 리듬, 정서를 배우고 애창하는 동심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근년의 「어린이 날」무렵에는 사회단체들이 어린이 TV프로의 문제점을 걱정하고 개선책을 얘기하는 세미나를 매해 열고 있다. 올해도 한국방송비평회와 공연윤리위원회등이 각각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주장되는 내용은 대개 『어린이를 위한 방송시간이 줄고, 그나마 일본 만화 투성이여서 방송환경이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서도 이런 우려의 기사를 단골메뉴로 싣는다. 그런데도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는다. 방송사가 「시청률」이라는 이름의 상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돈에 주눅들지 않아 순수했던 70년대의 「누가 누가…」프로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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