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답사 등 3년여 취재/예술가·민족주의자 면모/유년기부터 꼼꼼히 그려소설가 윤정모씨가 지난해 독일에서 숨진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씨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나비의 꿈」(전2권)을 한길사에서 냈다.
소설은 병석에 누워 있던 윤이상씨가 유년기부터 숨지기 전까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지는 추방당한 대음악가의 일생은 민족적 애정과 예술가적 열정으로 가득차 있다.
젊은 윤이상이 음악공부부터 충실히 한 뒤 독립군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이나 68년 동베를린사건 때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하며 겪는 고통스런 현실을 창작과 연결시키는 순간은 예술가이며 민족주의자인 그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롭게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윤이상의 예술적 신념이었고 그것이 결국 명성에 값하는 대작을 만들어내는 힘이 되었다.
그의 민족주의적 신념은 「정치이데올로기는 길게 보면 활엽수처럼 계절에 따라 무성하고, 착색되고, 낙엽지는 것이지만 민족은 창공처럼 엄숙하고 영원하다」는 것이라고 작가는 해석한다. 하지만 원대한 그 뜻은 권력의 억눌림을 당하고 말았다.
3년여의 취재 끝에 나온 이 소설은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윤이상씨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집중 소개하고 있어 이채롭다. 그의 고향 통영에 남아 있던 정악의 전통과 풍어를 빌던 무당들, 소리꾼의 전통이 어린 윤이상을 지배했고 뒤에 그의 음악세계에까지 흐르게 된다. 작가는 『윤이상선생의 성장지였던 경남 통영의 분위기 묘사나 증언채록을 위해 수차례 현지를 다녀왔고 돌아가시기 전 소설을 쓰면서 틈틈이 전화통화로 많은 취재를 했다』며 『윤이상이라는 대음악가의 면모를 두루 살피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서 있었던 100년의 공간속에서 우리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이야기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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