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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야간재판­폐정요구 “파행”/12·12 5·18사건 8차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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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야간재판­폐정요구 “파행”/12·12 5·18사건 8차 공판

입력
1996.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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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 “구속기간전 종결 의도” 원색 비난/검찰 “정치재판화”·재판부 “낭비적 재판 말자”20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8차공판에서 전두환 피고인 변호인단이 야간재판 강행에 항의, 집단퇴정하고 노태우 피고인등 나머지 관련자들의 변호인단도 이날 변론을 포기하는등 또다시 재판이 파행으로 진행됐다.

이날 사태의 발단은 전씨측 변호인단이 준비한 7백30여문항의 방대한 반대신문문항중 1백74문항까지 진행한 하오7시께 재판장인 김영일 부장판사가 야간재판진행을 위해 휴정을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이량우 변호사는 즉시 『피고인들이 70세가 넘은 고령으로 야간재판은 무리이고 변호인단도 연일 재판준비로 강행군을 해와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며 재판부에 폐정을 요구했다. 또 변호인단은 검찰에 야간재판없이 주1회씩 신문기회를 준 것과 동등한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부장판사는 『검찰에 충분한 신문기회를 준 것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하오 8시40분 재판을 속개하겠다』며 변호인단의 주장을 일축한 뒤 퇴정했다. 그러자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무슨 피고인의 이익이냐』, 『재판부가 이성을 잃었다』, 『선고날짜를 미리 정해 놓고 재판을 하는 것이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하오 8시40분께 재판이 속개되자마자 이량우변호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영시 피고인은 구속전 직장암수술을 받아 진단서까지 제출한 상태이고, 유학성 피고인은 구치소에서 심장발작증세까지 보이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피고인들은 인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재차 재판중지를 요청했다. 이변호사는 이어 격앙된 목소리로 『야간재판까지 강행하려 하는 것은 구속기간전에 재판을 종결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변호인단의 이같은 공박에 얼굴이 상기된 김부장판사가 반대신문을 지시했으나 이변호사는 『신문을 못하겠다』고 반발했고, 이어 이변호사를 제외한 전상석 석진강 조재석 정주교변호사등 나머지 변호인단 전원이 집단퇴정했다.

김부장판사는 즉시 『그러면 노피고인의 반대신문을 하세요』라고 지시했으나 한영석변호사 역시 『재판장이 일방적으로 재판을 끌고가지 말라』며 변론을 거부했으며 나머지 변호사들도 잇따른 호명에 『재판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신문을 거부했다.

이때 주임검사인 김상희부장검사가 손을 들어 『변호인단은 모든 피고인을 불구속상태로 만든뒤 재판을 몇년간 끌고가 정치재판화 하려하고 있다』며 『변호인단은 가급적 구속기간내에 재판을 마치라는 법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변호인단에게 직격탄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변호사는 『15년간 나라의 갈길을 잡은 12·12와 5·18사건의 족쇄는 졸속재판으로 풀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판결결과보다는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명확히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분위기가 격앙되자 김부장판사는 『심리의 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논쟁의 장이 되어 버렸다』며 『재판부의 기본입장은 낭비적 재판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폐정을 선언했다.<이태희·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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