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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컬럼비아대 린튼 박사(한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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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컬럼비아대 린튼 박사(한국 인터뷰)

입력
1996.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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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15차례·쌀지원담당 북한 전문가/“한국,민간대북접촉 유연자세 필요”/북,전보다 훨씬 개방적… 남북신뢰 급선무/4자회담 진의의심 수용여부 불투명북한 현지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선명회의 대북 쌀지원 업무를 담당해 온 미컬럼비아대 한국학센터의 스티븐 린튼 박사가 국내 선교재단과의 업무 협의차 지난주 잠시 방한했다. 그가 다시 방북하기 위해 17일 북경(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하얏트호텔에서 1시간 20분가량 만나 4자회담 수용 전망을 비롯한 북한내부 사정,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등을 들어 보았다.

79년부터 모두 15차례나 방북, 북한 상황에 정통한 그는 북한이 대미접근을 통한 문제해결 전략 등 때문에 4자회담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행정부의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또 미국이 대북접근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 정부에 유연한 대북 정책을 권유했다.

□대담=최규식 국제1부장

―북한은 한미 양국이 제안한 4자회담에 대해 「검토중」이라고만 말할 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어려울 것 같다. 북한은 4자회담이 남북 대화의 틀만을 그냥 확대시켜 놓은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이 빠지고 미국이 빠져 나가면 결국 남북한만이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4자회담 제안 이후인 지난달말 방북했을 때 받은 인상도 동일했다. 귀국후 미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점을 전해줬다』

―미국 등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한 북한의 「시간끌기」는 아닌가.

『북한이 제일 두려워 하는 것은 미국의 압력으로 문을 열어 놓았다가 미국보다 한국과 일본이 먼저 들어오는 일이다. 북한에는 미국은 설득하면 도와줄 세력이라는 인식이 최근 3∼4년에 걸쳐 확산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식량문제도 한국이 개입하면 손해 볼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이 아무리 달래고 「당근」을 줘도 자신들이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한국 일본과의 접근은 꺼릴 것으로 본다』

―북한이 4자 회담을 거부할 경우 미국 정부의 대안은.

『클린턴행정부는 4자 회담 제의를 옹호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 나중에 북한의 심각한 상황이 미언론에 터져 나올 경우 미국민들은 「그동안 왜 식량을 무기화했느냐」고 행정부를 몰아세울 수도 있기때문이다. 미행정부의 북한 지원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후문을 열어 놓는 것과 같다』

―미국의 대북 쌀지원이 4자회담 을 위한 「당근」이 아니라 북한이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의미인가.

『원수도 필요할 경우 먹이는 것이 미국의 전통적인 방법이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도 미국은 구소련에 식량을 지원해 줬다. 결과적으로 구소련은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 것도 안 준 중국은 지금 남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한다.한국 정부도 당국 차원에서 어려울 경우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민간차원에서라도 북한과의 접촉을 허용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남북문제에 있어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남북 양측간에는 아직 신뢰 구축이 안돼 있다. 또 북한은 사회체제가 경직돼 있고 노선도 뚜렷하기 때문에 자기 모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주한미군 문제만 하더라도 한반도 안정을 위한 계속 주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철수를 주장한다. 그 사회에서 여론이 형성돼 정책 방향을 달리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문제도 그렇다. 조문파동과 관련해 「효자」인 김정일이 당장 김영삼대통령을 만날 수 있겠는가. 정상회담은 97년까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는.

『정부 차원의 접촉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물이 없는 바다에 배를 띄우는」식이어서 어려워 보인다.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쌀지원 업무를 예로 들어 봐도 지난해 방북때보다 올해 북한이 훨씬 개방돼있음을 보게 된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 전체가 변하길 기다리기 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는 일이다. 정부가 못하면 민간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제약이 따르는 정부를 대신해 민간이 심부름을 할 수 있다. 우리 아니면 누가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은 오해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앞으로 10년후면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정부가 오히려 북―중 관계 접근의 촉매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미 접근에 대한 북한 내부의 의견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많은 정치적 제약에도 불구, 예상보다 통크게 나오자 오히려 당황 하는 측면도 있다』

―김정일의 체제 장악력은.

『그를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의 권력 장악력은 확고해 보였다. 이번 방북에서 느낀 것인데 그에 대한 정치적 찬양과 구호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 평양에 가 있으면 김정일외에는 아무도 안 보인다』

―북한 붕괴에 대한 예측들이 잦아지고 있는데.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붕괴라는 용어의 해석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전면적으로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량난이 심각한데도 정부에 대한 증오감을 못 느꼈다』

―북한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폐연료봉 시료 채취활동을 방해하는 등 북한 핵의 「과거」가 여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데.

『나는 북한이 핵과 관련해 「미래」는 포기해도 「과거」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정부 관계자나 학자들에게 말해왔다. 북한은 주변 강대국에 대응한 「고슴도치」전략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체제하의 북한이 개방정책을 가속화할 가능성은.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나진·선봉지역이 한 예이다. 지난해 방문했을 때 다르고 올해 또 다르다. 쌀 지원업무든 비즈니스든 자기 할 일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사람은 이제 자기가 다니고 싶은대로 다닐 수 있게 됐다』

―한반도 통일전망은.

『가까운 시일내에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성질이 급해서인지 한번에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한다. 흐르는 물처럼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민간차원에서 신뢰구축부터 해야 하는데 이 점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 북한 상황은.

『식량난은 더 악화했다. 자강도 희천과 황해북도 은파지역을 직접 돌아보고 관리들도 만났는데 예상보다 심각했다. 평양 근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기준으로 성인 일꾼 1인당 하루 650의 양식이 필요한데 하루 350씩만 배급받으니 일할 힘도 없어 보였다』

―북한에 지원된 쌀의 전용 가능성은.

『초반 정부차원에서 지원된 쌀은 중앙 분배방식을 통해 내려갔다. 분배방식을 명시한다든지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지원국들의 사전 요구도 없었다. 한국과 일본의 쌀은 중앙 배분 방식에 따랐다. 그러나 민간단체인 국제선명회의 경우 북한측의 큰물(홍수)피해대책위와 협의, 190개 이단위까지 직접 지원했다. 현재 WFP등은 분배계획과 투명성을 보장한 합의서를 받고 쌀을 준다. 또 예고없는 현장 검증도 실시하고 있다』

―언제 다시 방북하는가.

『28일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차남인 넬슨 그레이엄 목사를 수행, 16번째 방북한다. 컨테이너 20대분의 식량을 전달할 예정이다』<정리=윤석민 기자>

□약력

▲46세

▲전남 목포 출생(당시 부친이 한국서 선교활 동)

▲연세대 철학과, 고려신 학교 졸업

▲미 컬럼비아대 철학박사

▲컬럼비아대 동아시아 연구소 한국학센터 연구원

▲유진 벨 재단 이사장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국제선명회 등의 북한 쌀지원업무 담당

▲79년부터 15차례 북한 방문, 김일성 3회 면담

▲부인 김원숙씨(43·재미교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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