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없이도 찾아오는 사람은 모두 만나/정치외에 월드컵·인생얘기 등 대화 다양/“관리형 규정에 동의” 역할제한 주저 안해이홍구 신한국당대표는 대표취임후 2주일동안 과거 집권당 대표들과는 비교되는 독특한 정치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존 격식과 관행에 굳이 연연치 않고 상황과 흐름에 따라 자유자재로 행보를 달리하는 유연함으로 요약된다.
이대표는 우선 대표실의 문턱을 낮췄다. 당사에 머무르는 동안 공식회의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내방객을 맞는다. 그의 말대로 95%가 사전 약속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이지만 시간을 쪼개 대부분을 만난다.
대화주제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도 특징중 하나다. 정치문제 외에도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월드컵축구의 유치향배, 교수시절 회고담에다 본인의 가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이대표와의 대화는 화제의 빈곤으로 도중에 끊기는 법이 없고 그를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격의 없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대표는 그러나 정치현안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 아마추어이므로 잘 모른다』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이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경륜이 높은 분들이 당에 많이 계시니…』라며 늘 자신을 낮춘채 유보적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대표는 『나를 「관리형」으로 규정한데 대해 동의한다』며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표가 원래 총재의 뜻을 받들어 당을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울러 향후 대권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나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다. 대권도전의사도 없을 뿐아니라 정치에 입문한 지금도 교수를 자신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그에게서 다른 정치적 야심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무욕」의 언행과 솔직담백한 성격, 그리고 격식을 따지지 않고 누구와도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개방적 스타일은 당내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대다수 당관계자들은 『과도기에 처한 당을 무난히 관리하는데는 최적임자』라며 이대표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이런 이대표가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해 요주의 인물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대권주자들의 첨예한 물밑 신경전 속에 누구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스타일이 상황에 따라서는 그를 자연스럽게 강력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려놓는 원동력이 될지 모른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일각에서는 이를 이대표 특유의 「허허실실」의 정치라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대표취임의 과정이 그랬듯이 남보다 절대 앞서가지 않으나 원만, 유연한 처세로 결국은 최후의 승자가 되는 고난도의 행보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모든 대권주자들이 무대뒤편에 물러서 있는 상황에서 대표라는 공식 활동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강점이다. 당안팎에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이대표에게 갈수록 날카로운 시선이 모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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