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방 조치·대미관계 개선 등 힘입어 위축 벗어/유럽국 방북 중동·남미 잇단방문… 위상 높아질듯북한 외교부가 바쁘다. 80년대 이후 우리의 성공적인 북방 및 대공산권외교로 위축됐던 북한 외교부는 최근 일련의 경제개방 조치와 대미 관계 개선 등에 힘입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독일연방의회 의원 일행(단장 프리히 리들)과 스위스 외무부 대표단(단장 하임라히 라인만)을 초청했다.
이들은 강석주 외교부제1부부장 등을 면담하고 30일 돌아갔다. 독일은 북한과 정식 국교수립은 하지 않았으나 쌍방간 이익대표부를 설치하고 있으며 특히 서방국가로는 95년 1월 처음으로 「구상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3월에는 민간기업기구인 독일의 동아시아협회가 평양사무소를 개설했다. 북한은 스위스와 74년 12월 국교를 수립한 후 95년 6월 정기항로 협정을 맺는 등 스위스를 대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1월 이탈리아 국제관계연구소 총서기 일행과 덴마크 외무부 대표단, 2월 포르투갈 공산당 대표단, 3월 프랑스 경제사절단 등이 방북했다.
잇따른 서방국가 요인들의 방북은 북한이 이들을 통해 수재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을 노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서방국들은 서방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과 경제개방 가능성 등 때문에 북한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처지다.
이와 함께 북한의 순방외교도 강화하고 있다. 김영남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 평양을 출발, 리비아 알제리 시리아 등 중동국가를 순방하고 15일 콜롬비아에서 개최된 비동맹회의에 참석하는 등 전통적인 비동맹국가 외교에 힘을 기울였다.
김영남은 리비아의 카다피원수와 알제리의 리아민 제루알 대통령, 시리아의 하페즈 알 아사드대통령 등과 면담했다. 김영남은 면담에서 원유 도입을 비롯한 경제협력과 군사 교류 문제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부는 직제상 행정기관인 정무원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또하나의 정무원급 기관으로서 인민무력부와 맞먹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미국통인 강석주는 북한 권부의 실세로 김정일의 직접 지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장인 김영남은 비동맹전문가로 일선에서는 다소 후퇴한 인상을 주고 있으나 정무원 부총리와 당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위원 등을 겸직하며 권력서열 7위에 오르는 정치적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외교부의 위상은 한반도 문제가 갈수록 국제화하고 경제, 군사 분야의 외교적 역량이 요청될수록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황장엽 당국제담당비서와 당 국제부는 해외의 공산주의 세력이 퇴조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활동영역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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