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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CIA국장­KGB간부/컴퓨터게임 “스파이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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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CIA국장­KGB간부/컴퓨터게임 “스파이합작”

입력
1996.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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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망한 콜비와 카루긴 악의집단 맞선 전사이야기/“탈냉전 상징” 홍보 열올려최근 사망한 미중앙정보국(CIA) 윌리엄 콜비 전국장(76)과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전해외방첩국장 올레그 카루긴(62)이 함께 제작에 참가한 게임용CD롬이 미국에서 출시돼 화제다.

이들이 줄거리를 엮은 「스파이크래프트―위대한 게임」이라는 할리우드 영화스타일의 게임용CD롬은 49.95달러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 콜비와 카루긴은 화상형태로 게임에 직접 출연도 한다.

게임은 악의 집단인 「아포칼립스」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전사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미대통령을 죽이려는 핵무기상과 인류를 파멸시키려는 코카서스의 마피아들을 제거하려는 전사들의 활약상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왕년의 양 강대국 정보책임자들은 인터넷에 「스파이크래프트 웹」이라는 토론장까지 만들어 홍보에 열을 올렸다. 생전의 콜비는 『스파이크래프트를 사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라며 광고 모델같은 발언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콜비의 죽음으로 다소 외로워졌지만 카루긴은 『이 게임은 단순한 전투장면만 연속되는게 아니라 교육 효과도 있는 지적인 놀이』라며 여전히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게임은 확실히 동서 탈냉전시대를 표상하는 좋은 예』라는 부언과 함께.

그러나 콜비와 카루긴의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의 설명은 위선적임을 알 수 있다. 게임용CD롬을 팔아먹기 위해 「인도적 상업주의」로 분장한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콜비는 CIA 사이공(현 호치민)지국장 시절 「피닉스」작전을 지휘, 악명이 높았다. 이 작전에서는 베트남 마을이 불에 타고 양민들이 고문당하는가 하면 2만587명이 학살됐다. 심지어 그는 비행중인 헬기에서 맨몸의 베트콩을 떠밀어 죽이도록 명령했다. 이 때문에 그는 미상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카루긴은 35년간 장기 집권한 불가리아의 토도르 지프코프 전공산당 서기장을 비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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