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 피로누적” “승부 조절중” 엇갈린 분석이창호가 이상하다. 이창호7단은 올들어 15일까지 국내 공식기전에서 24승11패로 승률 68.5%를 기록했다. 승률 1위를 지키고는 있으나 입단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이7단은 86년 입단이래 한 번도 연간 승률이 7할대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7단은 3월말까지만 해도 20승6패로 승률이 76.9%였다. 그런데 4월말에 75%(24승8패)로 떨어지더니 5월들어서는 한 번도 승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기왕전 도전2국, 비씨카드 도전3국, 왕위전리그 최종국등에서 조훈현9단에 3연패하는 바람에 승률이 곤두박질했다.
이창호가 국내 최강인 점은 분명하지만 추호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던 「동방불패」의 모습은 요즘 확실히 달라졌다. 3월에 KBS바둑왕전에서 유창혁7단에게 0대 2로 패했고, 패왕전 비씨카드배에서 조훈현9단에게 거푸 타이틀을 빼앗겼다. 국내 14개 타이틀 가운데 이7단의 소유는 9개로 줄어들고 유7단이 3개, 조9단이 2개를 갖고 있다.
이창호의 부진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대국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이틀거리로 대국을 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4월에는 20일가량 해외대국을 했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승부조절차원이라는 분석. 국제기전 성적은 비교적 괜찮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7단은 같은 기간에 후지쓰배 응씨배 진로배등 국제기전에서는 10승2패로 83.3%의 승률을 기록, 이 성적을 포함하면 15일 현재 통산전적 34승13패(72.3%)로 승률 70%선을 넘는다. 이7단 스스로 밝혔듯 체력소모를 피할겸 국제기전등 대형 기전에 주력하려는 구상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창호의 한계가 나타나는 전조라는 주장도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창호가 몰락한다면 새로운 강자에 의한 것이기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즉 이7단은 승부 자체가 즐겁고 잠잘 때 외에는 바둑만 생각하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나이 스물이 넘고 인생이 바둑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그러고 보니 이창호도 올해로 스물하나.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질 나이이다. 승부사로서의 첫 고비를 맞은 것인지 모른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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