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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시작됐어도 “상처 치유 먼길”/5·18 오늘 16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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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시작됐어도 “상처 치유 먼길”/5·18 오늘 16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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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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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 사법처리후 첫 「그날」 맞는 광주 표정/격렬한 시위 주춤 민관합동 다양한 문화행사/“조속 후속조치” 기대속 “공판 일부 아쉬움”도「5·18」 16주년을 맞는 광주 시민들의 감회는 예년과 다르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등 5·18 민주항쟁 진압의 관련자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맞게된 첫 5·18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매년 5·18때 금남로를 흔들던 시위함성과 최루탄이 줄어들고 다채로운 공연과 경건한 추모음악제등 문화행사가 그 자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각종 행사들이 민·관 합동으로 열리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의 5·18특별법 제정 발표와 5·18 관련자 사법처리, 공판 등은 지난해 검찰의 5·18관련자 불기소 처분 결정으로 실망과 분노에 가득찼던 광주의 정서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광주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정부의 특별법 제정을 환영했던 광주시민들은 약속했던 후속조치가 지지부진하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5·18 공판에 대한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적지 않은 광주시민들은 지금까지 7차례 진행된 공판 과정이 88년 국회청문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재판이 거듭되면서 역사왜곡의 우려가 있다는 회의 속에서도 치욕의 과거사를 청산하는 마지막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한결같은 기대 또한 여전하다.

5·18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공동대책위원회 허연식 간사는 『5·18 공판은 변호인들의 포괄적인 책임론과 피고인들의 근거없는 변명만 반복되고 있다』며 『명쾌한 사법적 논리로 재판이 공정하고 진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5·18당시 미국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미 국무부 비밀문서를 통해 드러나자 미국의 사과와 함께 당시 신군부와 미국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광주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정치권의 의지부족을 지적하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청구등 구체적인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5·18관련자들에 대한 상훈박탈, 기념일 제정, 교과서 수록 등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보다 적극적인 후속조치 및 5·18공판의 공정한 진행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게 16번째로 5·18을 맞는 광주의 보편적인 정서인 것 같다.<광주=안경호 기자>

◎기념사업 어디까지/「묘역성역화」 공정 45%진척 연말 완공/상무신도심내 기념공원은 내년 착공

93년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계기로 착수된 5·18 기념사업은 대체로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

유형의 기념사업으로 현재 가장 활발히 추진중인 것은 94년 11월 착공한 5·18묘역 성역화사업이다. 현재의 망월동 5·18 묘역 동쪽 5만여평 부지로 이전하는 이 사업은 올해말 완공이 목표다.

묘역공간은 80년 당시 희생자와 부상후 사망자들의 유해 1,000기를 안치할 계획이나 현재 묘역에 안치된 100여 민주열사의 유해를 이장하는 문제는 해결되지않고 있다. 토목공사를 마친 현재 공정률은 45%이나 내년 17주년 행사는 이곳에서 치러지게 된다.

또 내년에 착공해 98년 완공예정인 상무신도심내의 기념공원은 80년 당시 수많은 시민, 학생들이 계엄군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했던 상무대 법정과 영창등을 보존하는 것. 그러나 상무신도심 건설계획에 따라 법정 10앞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인근지역 성토작업으로 저지대로 변해 침수 우려가 높다. 현재 가장 지지부진한 기념사업은 전남도청내 기념관 조성이다. 도청이전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보존해야할 유적으로 지정된 5월항쟁 유발지인 전남대 정문이 헐려 형체가 사라졌으며 대인동 구공용터미널등 많은 유적이 헐렸다.

무형의 기념사업은 올 5·18의 가장 큰 관심사인 국가기념일 제정이다. 지난해 12월 5·18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여·야 3당은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키로 합의했다. 광주시민들은 올 행사가 범국민적 국가기념일로 치러지기를 간절히 희망했지만 성사되지 못하자 무척 서운해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될 경우 망월동 묘역도 자연스럽게 국립묘지로 승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행정기관의 기념사업 외에도 5월단체들은 80년 이후부터 꾸준히 기념사업을 펴왔으며 특히 94년 5·18피해자 등이 3억원의 기금을 출연, 재단법인 5·18 기념재단(이사장·조비오신부)을 설립해 추모·기념 행사는 물론 문화·학술 행사를 활발히 펴고 있다.<광주=송두영 기자>

◎주요 행사/연극·전시회·거리굿·청년캠프 개최/「열린음악회」·영화 「꽃잎」 토론마당도

5·18광주민주화운동 16주년 기념행사는 17일 하오7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전남도청 앞에서 전야제를 정점으로 이달 말까지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올해 기념행사는 민선자치단체장 등장 이후 광주·전남도와 의회, 5·18단체등으로 구성된 기념행사위원회의 주관으로 자치단체와 시민 등이 한데 어우러진 「무탄무석」의 민주성지 축제로 승화되고 있다. 기념행사위원회가 마련한 31개 공식행사는 음악회 연극 전시회 거리굿 영화상영 토론마당 등 격조 높은 문화예술행사와 당시의 시민정신을 되새기는 체험행사가 주종으로 화합을 주제로 삼고 있다. 또 국제청년캠프 등을 통해 국경을 넘은 국제적인 행사로도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18일 상오10시 광주 북구 망월동 5·18묘역에서는 유족회와 광주시 주관으로 16주년 추념식이 열려 5월영령을 위로하고 5월시민상 시상식을 갖는다. 이날 하오2시에는 금남로 도청앞 광장에서 「학살자 전원처벌및 미국의 공개사과와 통합의료보험촉구 전국 농민대회」가 열리고 하오6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5·18민중항쟁 16주년 기념식및 5월문제 완전해결을 위한 국민대회」가 이어진다.

14일 조선대 교정에서 KBS의 「열린음악회」가 열린 것을 비롯해 15일과 16일에는 「5월의 노래」 무대가 개최됐고 카메라타 상트 페테르부르크 챔버오케스트라 초청 5·18추모연주회 등이 예정돼 있다.

이밖에 5·18 영화 「꽃잎」을 주제로 한 시민영화 토론 한마당(19일) 국악공연(20일)등이 있다.

눈길을 끄는 헌혈의 날(21일)행사는 계엄군의 총에 맞은 부상자들을 위해 팔을 걷었던 당시 시민들의 정신을 되새기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금남로 광주은행 본점에서 옛 동구청 사이 인도에 설치된 상설전시대에서는 20일까지 ▲학살자 얼굴그리기 한마당 ▲미술인 공동체 5월전 ▲5월 사진전 등이 열리고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에서 20일까지 5·18비디오가 상영된다.<광주=김종구 기자>

◎검찰수사·재판 점검/“「자위권 발동」 보안사 주도” 밝혀져/“시위 유혈진압 직접책임” 혐의 전씨 포함 5명 기소/당사자들은 “개입 안했다” 원천부인 공판결과 주목

검찰이 1월 전두환 전대통령등 관련자들을 기소함으로써 16년만에 5·18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법적 단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의 직접 책임자로 기소한 사람은 전두환 정호용 황영시 이희성 주영복 피고인등 5명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내란목적 살인죄를 적용했다. 5·17 비상계엄전국확대조치로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광주시민의 민주화시위가 확산되면 집권의 장애가 될 것을 우려, 병력을 동원 과잉·유혈진압했다는 것이 검찰의 논거다.

그러나 검찰은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대대장들은 물론 유혈진압을 진두지휘한 최세창 최웅씨등 공수여단장까지 『보안사와 육본지휘부의 「생명있는 도구」로 이용됐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시 계엄사에서 내린 「자위권 발동」이 사실상의 발포명령이었고, 전씨를 정점으로 한 보안사가 이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7일 열린 5·18사건 재판에서 『전 당시 보안사령관이 80년 5월20일 계엄군의 광주역앞 발포를 합리화하기 위해 21일 상오 이희성계엄사령관 주재 대책회의에서 자위권 발동방침을 세웠다』며 『당시 자위권발동 발표문 초안은 보안사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및 재판과정에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자위권 발동을 발포명령으로 받아들여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한 사실도 확인됐다. 자위권 발동이후 1시간만에 실탄이 분배돼 본격적인 발포가 시작됐고 구두경고―위협사격―하퇴부 발포등의 자위수칙이 무시됐다.

전씨는 이희성 계엄사령관에게 요구해 시위진압에 소극적이었던 윤흥정전교사령관을 소준렬 육군종합행정학교장으로 교체했고, 육본 수뇌부는 정웅 31사단장등 현장지휘부로부터 『정치적인 수습이 최선』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 강경진압으로 사태를 몰고간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확인됐다.

또 검찰의 광주현장조사 결과 계엄군은 주남마을 등에서 무장시위대와 총격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까지 사살했다. 또 미국도 광주재진입작전을 양해하는 등 광주문제를 소상히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씨를 비롯한 신군부인사들은 재판과정에서 『광주사태 진압은 계엄하에 이루어진 정당한 군작전이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전씨는 재판에서『광주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며 관련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인, 아직까지 광주유혈진압에 대한 사과를 단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광주시위진압의 공로로 무공훈장까지 탄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은 『군작전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재판부에 진상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12·12및 5·18사건 재판은 7차례 열려 검찰측 직접신문이 모두 마무리돼 오는 20일부터 변호인단의 변론이 시작된다.<이태희 기자>

◎국제 연대 움직임/“민주화운동 기념·추모사업 공동추진”/아르헨 코르도바주등과 적극적 교류

5·18 광주민주화운동 16주년을 맞아 행사준비위원회가 5·18의 「세계화」를 올해의 한가지 목표로 삼고 독재에 맞서 민주화 항쟁이 격렬했던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와 공동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특히 민주화 운동 과정이 광주와 유사한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주와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코르도바주와 자매결연을 주선키로 했다.

광주시의회 코르도바주교류협력단(단장 서병조 의장)은 7일 코르도바주의회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 카를로스 코르나질리아 주의회 의장과 회담을 갖고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등에 대해 의회끼리 지속적으로 교류·협력키로 합의했다.

두 지방의회는 곧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두 지역 집행부간 교류도 주선키로 했다. 또 광주시의회는 아르헨티나 「5월 광장어머니회」를 방문,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사업을 공동으로 펴기로 했으며 민주화 투쟁을 사회정의 실천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부에노스 아이레스="송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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