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남북 마음의 벽 제거” 주장 공감/통일 고위 실무자의 민족 사랑에 뭉클「통일열차는 지금쯤 어디에」 달려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되고 있다. 휴전선에 걸쳐 있는 녹슨 열차에 걸맞게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구호를 보면서 우리는 긴 세월을 눈을 부릅뜨고 오직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도록 강요되어 왔다. 북이 우리 조국의 한 땅덩어리건만, 북한인들이 모두 우리와 같은 혈족이건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멀고 힘으로 눌러야 할 상대로만 여겨져 왔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어느 기자가 항변하는 것처럼, 홍수에 짓 이겨진 채 모진 추위를 겨우 이겨내고 배고픔으로 들녘을 쏘다니며 풀뿌리를 찾고 있는 북한 아낙네의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는 쌀은 보낼 수 없고 식용유를 보낼 수 있다거나 식품보다는 담요나 생활용품이 더 유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우리 자신이 너무 야속하지 않은가. 배고픈 사람을 놓고 이런 저런 대화부터 하자는 것은 여유를 갖자는 것보다는 오히려 상대방 죽이기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이 무엇이 대수라며 지나가는 객식구를 마다하지 않고 제법 인심 좋다는 것으로 자랑을 삼아 왔는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가.
이 책의 저자는 통일을 다루는 정부기관의 고급 공무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한 에세이의 범주를 벗어나 통일실무자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고뇌와 갈등, 신념과 대안 같은 것들이 곳곳에 살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이 써낸 통일에 관한 이런저런 책들보다도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와 감동을 준다. 가령 무엇보다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나, 우리의 운명을 새롭게 열어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역설이나,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으로 이끌어내는 차원 높은 외교 역량이 요구된다는 의견은 아주 중요한 지적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주장의 밑에 흐르는 그의 한결같은 마음은 깊은 민족적 사랑이다. 백두산 가는 길에 코스모스를 심고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길이 어떤 정책보다도 앞서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는 것은 저자가 우리에게 주는 설득력의 힘이다. 통일을 바라는 사람만 읽을 것이 아니라 이 책은 반드시 청소년들을 위한 통일 교과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불씨를 지필 세대이기 때문이다.<이재정 성공회대 총장>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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