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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평범한 사랑 진솔하게 전개 “신선감”(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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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평범한 사랑 진솔하게 전개 “신선감”(영화평)

입력
199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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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 배경도 인상적… 현실감 적은 탐미성은 흠「러브 스토리」는 배창호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80년대 흥행을 보장하는 상업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길게 찍기와 같은 영화언어의 탐구를 통해 영화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감독이다.

에릭 시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하여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던 「러브 스토리」(1970년)는 하버드대 법학과에 다니는 상류계층의 남학생과 서민계층 음대생의 극적이고 슬픈 사랑을 다뤘었다. 매력적인 유명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하는 등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갖췄었다. 반면에 배감독의 「러브 스토리」는 감독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40대 노총각 영화감독과 3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기존 상업영화계의 일반적 제작관행과 고정관념을 극복하려는 배감독의 모험에 가까운 시도들이다. 인물 사이의 갈등이 강조된 드라마 전개에 의존하는 대신, 특별한 극적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소박한 사건들을 늘어놓으며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부분적으로 서투른 점도 있지만 극중 배역도 기성연기자가 아닌 배감독과 부인 김유미씨가 직접 맡음으로써 색다른 신선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배경은 우리들에게 친숙한 도시의 일상적 공간들이다. 이러한 캐릭터들과 시·공간이 고전적인 시네마스코프 화면의 깔끔한 영화 형식에 담겨지면서 잔잔하고 따뜻한 감성의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

배감독의 일관된 주제는 아름다운 사랑을 통한 삶의 구원이며, 이것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은 희망적이고 낭만적이다. 다만 그의 감성적 세계가 때로는 현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탐미성을 추구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한 자기성찰적 작품인 「러브 스토리」에서는 좀더 성숙한 사랑의 세계를 그려가겠다는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극중에서 배감독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띄우는 「한통의 연애편지」이다. 소자본으로 만들어진 이 사랑 이야기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과 더불어 우리 영화계의 또다른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다. 배감독이 앞으로 그려나갈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한층 넓고 깊어지기를 기대해본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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