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야인 백경 선생 망국한 서려/영화 「서편제」 돌담길장면 촬영무대전남 구례군 구례읍 산성리 절골에 가면 저물어 가는 지리산의 뒷모습을 보는 듯한 슬픈 기와집 한채가 있다. 수오당. 까마귀가 부끄럽다는 뜻의 당호를 지닌 이 집은 금환락지에 자리잡은 저 유명한 운조루 아흔아홉칸집과 짝을 이룰만한 큰 집이다. 안채와 사랑채, 별채와 사당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마치 노승이 깊은 산간에서 면벽에라도 들어있는 듯 고요하다.
「버드나무 위에 앵무새가 지저귄다」는 유재앵소의 명당에 금녕 김씨 8대조 할아버지가 터를 잡았다고 한다. 처음엔 화전을 일구었을 정도로 가난했으나 검박한 생활로 천석꾼의 살림을 일구었으며 대대로 진사벼슬이 끊이지 않은 선비의 집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80여년전 초가를 넉넉한 기와집으로 올린 것이며 수오당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한낱 미물인 까마귀의 효행을 보고 부끄러워 자신의 호를 수오당이라 했다는 할아버지, 그 아버지의 뜻을 잇는다하여 술오당이라 자호한 아들, 그리고 구례 향제 줄풍류의 명인으로 흰 두루마기입고 거문고와 단소로 한세월을 살다간 백경 김무규 선생이 살았던 유서 깊은 집이다. 백경선생은 천석꾼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서울의 명륜전문학교에 진학했으나 나라잃은 울분을 달랠길 없어 낙향하여 「흰머리로 밭이나 갈며 살겠다」고 백경이라 호를 짓고 평생을 향토에 묻혀 산 우리시대 마지막 야인이었다. 영화「서편제」에서 눈먼 송화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던 돌담길을 기억할 것이다. 떠돌이 소리꾼 그들 부녀는 그길 뒤편 부잣집 사랑채에 묵게 되고 아비는 눈먼 딸의 머리를 빗겨주며 대화를 나눈다. 그 집이 바로 구례 절골 수오당이다.
교통편은 강남터미널에서 광주행고속버스를 타고 가 광주에서 구례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전라선 열차를 타고 구례역에서 내려 읍내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절골 수오당은 구례읍에서 택시를 이용한다.<이형권 역사기행가>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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