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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한·미·일 공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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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한·미·일 공조(사설)

입력
199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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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열렸던 한·미·일 고위정책협의회는 대북한정책에 관해 3국이 전체적으로는 입장이 같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해서는 4자회담이 유일한 방안으로 이를 수용토록 계속 촉구한다는 공조원칙을 확인했으나 미국과 일본은 대북접근과 지원이 4자회담제안에 구속되지 않겠다는 뜻을 완곡하게 천명한 것이다.이번 회의에서의 새 합의는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4자회담을 설명할 수 있는 3자예비접촉을 가질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오랜 침묵과 장고끝에 4자회담을 변형하여 역제의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번 회의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북한의 태도완화와 개방유인등 이른바 대북해법에 대한 한미양국의 견해차였다. 이는 회의개막직전 레이니주한미국대사와 공로명외무장관의 연설로 드러났다. 레이니대사는 압력이 아닌 지원으로 북한이 문을 열게 해야 한다는 햇볕논을 강조한데 대해 공장관은 구름인 「북한지도부」가 햇볕을 가릴 여지가 많다며 당근과 압박을 조화있게 구사해야 한다고 반박했던 것이다.

물론 미국측이 회의에서 4자회담추진을 낙관하면서 북한과 미사일·유해협상 등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회의 도중 추가경제제재 완화와 식량지원의 가능성을 천명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의 대북수교협상자제도 4자회담 수락때까지 유보가 아니라 야당 등의 요구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일정한 대화체계를 유지하고 상황진전에 따라 수교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4자회담에 응할 때까지 획기적인 제재완화나 식량지원조치 등을 취하지 않기로 하나 장기적으로는 북한체제의 갑작스런 붕괴와 대남도발 등을 억제하기 위해 제재완화와 식량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미·일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측으로는 4자회담을 수용케 하기 위한 대북압력, 그 때까지 일체의 지원과 개별적 회담을 유보해야 한다는 확고한 공조구축은 이루지 못한 셈이다. 대신 4자회담은 장차 남북한이 주도하되 식량지원은 한국이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을 안았다. 제2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원칙이 재연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정부는 4자회담이 3국공조하에 북한이 고분고분 말을 듣고, 결국 순탄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를 버려야 한다. 미·일은 이 문제를 대통령선거 등 국내정치와 긴밀히 연관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차 회담이 한국주도가 확고하게 보장돼 명분있게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주변 강대국에 대한 개별적 외교노력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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