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그룹의 우성건설 인수는 과거의 부실기업 인수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부실기업 인수에 동반했던 이자유예, 신규자금 융자등의 인수특혜도 상당히 감축됐다. 따라서 이번 인수방식이 부실기업 정리방식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라는 정부나 관련은행측의 자화자찬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런 것인가. 정부나 은행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한일그룹과 끝까지 인수경쟁을 벌였던 미원그룹이 왜 막판에 당초 인수의향서에 제시한 조건을 대폭 후퇴시켜 스스로 탈락을 자초했느냐는 것이다. 미원은 지난 8일 우성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소집한 7개 주요채권 금융기관 대표자회의 때까지만 해도 인수조건에서 한일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미원은 9일 느닷없이 이미 전면동의했던 「선인수 후정산조건」에 대해서 조건부 동의로 유보를 달았고 또한 우성건설 기존여신의 상환에 대해서도 우대금리로 이자를 갚겠다고 했던 것을 뒤집고 7년동안의 이자 면제를 요구했다.
미원그룹이 결정적인 순간 이처럼 스스로 자신의 인수조건을 채권금융단들이 받아들일 수 없게 개악시킨 것은 사실상 인수경쟁을 포기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일그룹에 합법적인 인수의 길을 터준 것이다. 시쳇말로 미원그룹은 들러리를 서준 꼴이 된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관행으로 봐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미원그룹의 이 「자해행위」가 자의적이었느냐는 점이다. 한일그룹과의 경제력 비교, 미원그룹의 건설업 진출등 업종다변화의 욕구등으로 봐 미원그룹이 자의적으로는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외압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건이 늘 그렇듯이 확증은 없다. 또한 공식적으로 부인되고 있다.
신광식 제일은행장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외부압력은 전혀 없었다며 『한일그룹이 선정된 것은 인수의향서와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채권금융기관의 손실과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일그룹과 미원그룹의 인수조건에는 차이가 많았다고 지적하고 일례로 우성건설정상화계획에서 한일은 유상증자조달 2천7백46억원, 은행추가지원 요청액 2천7백57억원으로 산정한데 대해 미원그룹은 각각 1천5백억원, 5천억원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의 답변에서 모순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말도 미원그룹이 왜 조건을 개악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 주지 못하고 있다. 부실기업 인수에는 투명성이 보장돼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