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학생중 0.59%는 일상 실용문을 제대로 못 읽고, 0.86%는 덧셈·뺄셈등 기본셈을 못한다고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했다. 그같은 중학생이 서울에서만 4,5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초등학교 6년을 배우고도 문맹이라면 학생의 지능이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지능이 낮아서 글을 깨우치지 못한 학생, 정상지능인데 학교와 부모의 보살핌 부족으로 문맹이 된 학생은 모두 의무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다.
내가 잘 아는 한 아이가 한글을 배우지 않고 국민학교에 입학했다가 고생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글은 학교에 가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의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못따라 가자 뒤늦게 글과 숫자를 가르치느라고 야단이었는데, 그 애가 열등생 수준에서 벗어나는 데는 1년이 걸렸다.
그 애의 부모는 성격이 천하태평일뿐 교육열도 있고 시간도 있는 사람들이어서 뒤늦게라도 아이를 가르칠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자녀를 가르칠 형편이 못되는 경우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입학한 아이는 열등생으로 굳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어린이들이 글과 숫자를 어느정도 배운후 입학한다는 전제아래 가르치기 시작하고, 학생을 별도로 지도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출발선에서 헤매는 아이는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대도시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해서 지능과 관계없이 문맹이 되는 아이들이 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이 낙제점에서 맴돌때 『아이에게 좀 더 신경을 써주세요』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고, 생계등을 도맡아 자녀를 보살필 여유가 없는 엄마는 그런 통신문을 받더라도 속수무책이다.
교육의 의무란 국민의 의무인 동시에 국가의 의무다. 나라의 주인이 될 어린이를 훌륭하게 가르치는 것은 학교와 부모의 공동책임이며, 부모가 의무를 분담할 수 없을 때는 학교가 그 몫을 맡아야 한다.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에서 글과 숫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학교의 잘못이다.
미국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어린이가 국민학교에 들어왔을때 특별교사가 그에게 영어를 가르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주가 대부분이다. 미국도 물론 문맹이 있으나, 의무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정신은 본 받을만하다. 다민족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의 의무교육에서 문맹을 방치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문맹 중학생을 별도로 지도하라고 각 학교에 지시했는데, 초등학교에서부터 관심을 쏟아야 한다. 문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는 않으나,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학교의 과중한 부담사이에서 교육의 기본적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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