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상품” 인수·합병 갈수록 활성화/상당기간 주식시장 호재로 작용할 전망주식시장에 기업인수합병(M&A)바람이 불고 있다. M&A는 기업이 기업을 사고 파는 이른바 기업사냥. 우리나라에서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일이 그리 흔치 않았다. 과거 정부의 강압적인 산업합리화조치에 따라 거의 반강제적 혹은 특혜로 기업을 떠안거나 대기업이 계열사끼리 정리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경우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상대기업의 동의없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물론 인수한 기업을 다른 업체에 되파는 경우도 있다. 특히 97년부터는 개정된 증권거래법 200조에 의해 개인도 기업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어떤 기업도 인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등 선진국에서는 M&A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해 왔다. 기업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창업주가 회사를 팔아치운다는 것은 아직 우리 정서로 미루어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현상이 점차 보편화하고 있다. 기업을 사고 파는 M&A가 과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느냐하는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미 기업 자체를 상품처럼 사고파는 시대가 됐다.
M&A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먼저 창업주 입장에서는 날로 거세지는 경쟁속에서 경영이 어려움에 처할 때 일종의 투자자금 회수차원에서 기업을 매각하려고 한다.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일부 사업이나 기업 전체를 산다. 이는 개방화와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활발히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정부가 재벌정책 방향을 규제는 풀되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앞으로 M&A는 더욱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거나 방송법을 통합해 대기업도 방송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움직임 등으로 미루어 M&A활성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주식시장에서도 태풍의 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수대상설이 나도는 기업 주가는 기업내용과 관계없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한솔제지에 인수된 광림전자가 상호를 한솔텔레컴으로 바꾼후 인수전 주당 1만원대에서 일약 5만원대로 뛰어올랐고 개인휴대통신 사업권을 신청한 뒤에는 6만원대까지 진입했다. 기업 내용으로 볼 때 과연 그만한 가치를 지닌 기업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가 급등의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모기업 한솔이 자금을 포함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고 이 경우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다.
지난해 한솔이 M&A에 적극적이었다면 올해는 역시 삼성에서 분가한 제일제당을 눈여겨 봐야 한다. M&A가 사업구조조정이나 첨단기술분야와 관련될 때 주가는 예상보다 크게 오른다. 이같은 주가상승이 M&A의 시너지효과인지 아니면 첨단기술관련 산업의 성장성 때문인지는 명확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M&A가 앞으로 상당기간 주식시장에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황시웅 대신경제연구소 실장>황시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