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죄송합니다』 『희성아, 잘했다』지난 6일 한국기원 2층 예선대회장에서는 공식대국에서는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이 벌어졌다. 중견프로기사 강만우7단과 지난해 입단한 새내기 프로기사 이희성초단의 최고위전 예선대국. 승리한 이초단은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패배한 강7단은 자기가 이긴 것보다 더 즐거워했다.
이초단은 강7단이 지난 5년간 공들여 가르쳤던 수제자. 이초단이 초등학교 3학년때인 91년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 중1때인 지난해 8월 입단할 때까지 강7단은 실로 「작품 하나 만든다」는 심정으로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이초단에 대해 『나이에 비해 성격이 차분하고 끈질긴 승부기질이 있어 이창호에 못지 않은 거목으로 자라날 것을 확신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바둑계에서는 제자가 입단해 공식 대국에서 스승을 이겨야 비로소 「스승의 은혜를 갚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창호7단은 스승 조훈현9단의 은혜를 너무 많이 갚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청출어람이라고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기른 제자가 이제는 자기를 훌쩍 뛰어넘는 흐뭇한 순간을 맞이한 스승의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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