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6·25 이겨낸 우리의 어머니상어머니의 주름살에는 시대의 고난이 있다. 사랑과는 관계없이 팔려가듯 혼인하고,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부권상실의 시대에 가정을 이끌고, 글은 모르면서 그저 일만 했던 할머니세대. 풍상의 세월을 궁상스런 눈물보다 욕설 한 마디로 억누르는 어머니를 우리시대의 보편적 어머니상으로 그려낸 연극 「어머니」가 18일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된다.
이윤택·김명곤이 극작·연출로 의기투합, 연초부터 기대를 끌어온 작품. 동숭아트센터가 올해 최대의 주력사업으로 꼽는 본격 제작작품이며 이·김이 대표인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아리랑의 창단 10주년 기념작이다. 주역은 TV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던 나문희. 그는 다른 활동을 전폐하고 친척에게서 함경도 사투리를 배워가며 큰 욕심을 내고 있다.
이윤택이 밝히는 극작동기는 자신의 경험이다. 『우리 어머니의 잔소리는 40년동안 계속됐다. 하루는 내가 바쁘니 녹음기에 이야기해 놓으시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녹음해 놓은 것을 들어보니 적절히 이화효과를 가진 것이, 더 이상의 연극이 없었다』
작품 속의 어머니는 이루지 못한 첫 사랑, 전쟁 중 잃은 자식등 한을 늘상 넋두리하는데 무대 위엔 젊은 시절 역할의 김민희가 공존하며 과거를 연기한다. 극에서 현재와 과거, 죽은 자와 산 자는 서로 교감한다. 양금 주발 물허벅등 여운이 남는 악기들도 여러 효과음으로 끊임없이 극을 돕는다.
토속적인 해학, 죽음을 보는 관조적 시각에 덧붙여 김명곤은 섬세하고 일상적인 심리변화와 힘있는 군중장면을 잘 포착한다. 1막에서 펼쳐지는 고기잡이와 길쌈은 노동현장의 신명을 강조하며 2막의 전쟁장면은 풍물과 군중신으로 이루어진다. 한풀이장인 3막에선 무당 역의 조은영(아리랑 단원)이 성우향 이동안 송미화에게서 배운 소리와 굿 솜씨를 과시한다. 이밖에 연희단거리패에서 전통적 춤솜씨를 보여온 하용부가 남편역으로 본격적인 연기를 보이며 극단 목화출신 정은표, 악극가수 원희옥등이 출연한다. 6월23일까지 화∼목 하오 8시 금토 하오 4시 8시 일 하오 3시 6시. 766―9490<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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