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재벌정책은 재벌그룹 등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신규제, 업종진출입제한 등 각종 규제를 풀어 주는 대신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홍당무와 채찍」의 접근방식을 택한 것이다.그러나 대기업들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강요되는 열린 경영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 대기업들의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오너(대주주)의 절대적 지배 아래 밀실경영에 익숙해진 대기업들로서는 경영내부가 하루 아침에 온 세상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행의 밀실경영은 지속될 수 없다. 국경 없는 개방형의 세계경제체제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부의 경영투명성 실행계획안은 과격하거나 급진적인 것 같지 않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정책협의회에서 발표한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와 주주권익보호방안」은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데 필요한 원칙에 충실한 것 같다. 유리창경영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기업거래내역에 대한 공시강화 ▲감사기능강화 ▲주주권익보호강화 등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방안 등이 제시됐다.
거래내역공시와 관련하여 기업과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사이의 가지급금, 대여금, 담보제공, 출자금 및 유가증권, 부동산거래 등 1회성 거래는 즉시 공시하고 일상적인 품목, 서비스거래는 분기별로 합산고시하며 또한 거래규모가 자본금의 5%를 초과하는 경우 즉시 공고토록 하는 것은 대주주의 기업자금이나 자산의 유용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KDI측의 제안대로 가지급금, 대여금, 담보제공 행위 등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이 기업의 건실화를 위해서 보다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감사기능이 또한 강화돼야 한다. 내부와 외부 감사가 다같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내부감사는 지금까지 형식적이었다. 이것을 강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유익한 것이다. 증권관리위의 회계감사 지정대상 강화 등 외부감사도 역시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도 중요하다. 소수주주의 요건을 5%에서 1내지 2% 완화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대기업측은 소수주주의 권리인 회사서류열람청구권, 대표소송제기 등이 회사의 기밀누출과 경영방해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으나 열람요건강화 등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사외이사제도 등은 공기업우선실시를 제시했는데 민간기업에서 이미 도입한 곳도 있는 만큼 반드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에 시차를 둘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기업들도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는 것을 실증해 보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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