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분점 보장없어 정권소외 위기감/“야당 새 출발이 권익유지 도움” 판단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헌의회가 탈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시대를 여는 신헌법을 승인한 지 하루만인 9일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백인정당 국민당(NP)이 연정탈퇴를 선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국민당 당수는 연정탈퇴를 선언하면서 신헌법을 승인했던 것은 협상결렬시 국민투표 실시로 인한 혼란을 막기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헌법 통과이후 백인세력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셌던 것이 연정탈퇴라는 의외의 강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로 풀이된다.
백인들의 불만은 두가지로 집약된다. 그 하나는 신 헌법이 백인의 권력분점 길을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94년 과도헌법은 의회에서 10%를 확보한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토록해 백인의 국정 참여를 보장한 반면, 신헌법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대통령 선출과 내각구성권등 모든 권력을 독점하도록 했다. 흑인단독정권의 길을 터 준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백인들의 불만인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고용주가 직장을 폐쇄할 권리를 헌법조문화하는데 실패한 점이다. 이는 경제적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백인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국민당의 연정탈퇴가 파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데 클레르크도 연정 탈퇴결정이 결코 위기가 아니며 남아공의 민주화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민당에서는 몇달전부터 연립정부의 들러리 위치에서 물러나 강력한 제1야당으로서 재출발하는 것이 오히려 백인의 이익을 계속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것이라는 논의가 있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국민당의 연정탈퇴는 신헌법에 대한 백인들의 불만을 다독거리는 한편 정국 안정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서의 국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최서용 기자>최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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