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스토리」 배창호 감독 부부 연기실력도 볼만오랜만에 잔잔하고 솔직한 사랑이야기가 나왔다. 배창호 감독이 연출하고 부인 김유미와 함께 직접 주연한 「러브스토리」는 자신들의 늦사랑과 결혼에 이르는 고달픈 과정을 소재로 했다. 즉발적이고 격정적인 신세대 사랑법과는 달리 친근하고 현실감있는 늙숙한 남녀의 연가이다.
「한국의 스필버그」로 불리며 80년대를 풍미했던 배창호 감독은 90년대 들어 발걸음에 힘을 잃은 듯했다. 평론가들은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마음이 강해 관객이 원하는 날렵함을 잃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늦은 결혼 후 94년 발표한 「젊은 남자」를 통해 배감독은 영화 어법의 변화를 보여줬다. 자신의 고집과 관객의 취향을 절충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러브 스토리」는 늦여름의 하오, 작업을 쉬고 있는 노총각 영화감독 하성우(배창호 분)와 노처녀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김수인(김유미 분)이 벼룩시장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성우의 적극적인 프로포즈에 힘입어 두 사람은 매일 만나고 사랑을 키워간다. 몇번의 말다툼과 한차례의 헤어짐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의 희비 끝에 두사람은 결혼을 약속하며 벅차게 포옹한다.
배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빠짐없이 하면서 관객이 즐겁게 상상하고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영화에 집어 넣었다. 경험을 그대로 옮긴 듯한 대사, 어눌하지만 꾸밈없는 감정표현 등이 그렇다. 그래서 평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게 다가와 가슴뭉클한 재미를 준다. 배감독은 시사회에서 『혹시 재미없더라도 소문내지 말아주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농담 만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친근한 화면과 아마추어로 볼 수 없는 배창호 김유미 두 「연기자」의 실력도 볼만하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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