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언질 받아… 대권 전혀 생각없어/대화·타협으로 문제해결… 야 총재 만날것/서울대 교수 20년 온건합리주의자 정평신한국당의 이홍구신임대표위원은 7일 전국위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4·11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바람을 정책화하고 정치수준을 한차원 높은 단계로 승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향후 대선후보 경선출마의사를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대권에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언제 대표를 맡아달라는 언질을 받았나.
『어제(6일) 저녁에 받았다』
―당운영 복안은.
『당의 전통과 운영방식이 있는만큼 이에따라 원만히 운영하겠다.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두가지를 당부받았다. 하나는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적 바람을 정책화해 실천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정치를 한단계 승화시키는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었다』
―관리형 대표라는 지적에 대해.
『원래 대표는 관리하는 자리가 아닌가』
―김대통령이 대권논의자제를 지시했는데.
『대권주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올해의 대권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새정치 실현을 위한 복안은.
『구태의연한 정치제도와 관행을 시대조류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야권의 양김씨와 만날 계획은.
『만나지 않겠나. 모든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고 본다』
1934년 서울출생으로 경기고와 미에모리대를 거쳐 예일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대표는 늘 편안함을 주는 부드러운 외모에서 보듯이 원만한 성품의 온건합리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다. 협상이든, 논쟁이든 대인관계에서 결코 「완승」을 원치않는 중용과 비대결의 철학이 그의 행동기조다. 바로 이런 성품때문인듯 당초 『정치에는 뜻이 없다』던 그는 김대통령의 설득에 의해 생각을 바꿔 집권당대표로 정치의 한 복판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우유부단함으로 비쳐져 그의 추진력과 결단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않다.
68년부터 서울대 정치학과교수로 20년간 재직한 이대표는 88년 6공당시 통일원장관으로 발탁돼 외도를 시작한뒤 청와대 정치특보, 주영대사를 역임했고 문민정부 출범후에도 통일부총리를 거쳐 94년 12월부터 1년여동안 국무총리를 지내는등 좋은 관운을 누렸다.
김대통령과 인연은 5공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두사람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긴밀해진 것은 91년 청와대 정치특보시절부터였다.
이때 이대표는 노재봉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철언정무1장관이 반YS기치를 내세운데 반해 「YS순리론」을 폈다. 이어 통일부총리 재임시 북한핵과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무난히 처리하고 총리시절 탁월한 국제감각과 행정능력으로 세계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대통령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대표는 부인 박한옥여사(48)와 1남1녀를 두고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이 대표체제 반응/야 “정치력 발휘 여부 주목”/“성품은 좋지만 실권 가질지는 의문”/“3역 면면이 더 의미” 후속개편 관심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등 야권은 7일 신한국당의 이홍구대표체제 출범에 대해 『자기들 스스로도 관리형이라고 하는 판에 뭐 특별한 걸 기대하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야권은 오히려 이대표보다는 여당의 후속당직개편에 김영삼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구상이 확실히 반영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는 이날 아침 일산자택에서 『이대표는 원만한 사람』이라고만 말했다고 정동채비서실장이 전했다. 김총재는 이대표와 미에모리대 동창생인 처남 이성호씨의 소개로 이대표가 서울대교수로 있을 때부터 교류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광옥사무총장은 『신한국당이 새 대표를 맞아 정국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어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조세형부총재는 『총재 한 사람이 별똥별 떨어뜨리듯 하는 여당의 인사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이대표의 정치력에 회의를 나타냈다. 또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가 어차피 이대표와 정치할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당3역의 면면이 더 관심』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이대표의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은 평가해 주면서도 그가 실권을 가질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김종필총재는 『이홍구씨는 퍽 합리적인 성격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서도 『그러나 김대통령밑에서 어느정도 자신의 의지를 펼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토를 달았다. 한 당직자는 『지금 신한국당에 이대표말고도 「머리」가 많은데 이대표가 무슨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도 이대표의 실세여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