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 있다” 자신감 찾아… 당권 전략엔 신중「불지신재 화도중」(내몸이 바로 그림 속에 있었네)
민주당 이기택상임고문이 요즈음 붓을 들어 써보려고 하는 삼봉 정도전의 한시 한 구절이다. 그는 지난해 서도에 한창 몰두할 당시 이 시를 몇번 써보았지만 분위기가 쓸쓸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4·11총선후 이 시구가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한다.
이고문이 낙선후 10여일간 모습을 드러내지않자 그가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30년동안 7선의원을 지내면서 한번도 선거에 패배한 적이 없었기때문에 한동안 충격과 실의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짧은 잠행기간에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치판에서 완전히 떠나는 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했으나 어느날 아침, 자신이 정계구도에서 마지막으로 할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드시 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그래서 그는 『내가 없으면 당도, 정치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이 시구에서 찾은 것같다.
이같은 자신감을 반영하듯 그는 당무에 복귀하자 마자 장을병공동대표를 과도단일대표로 추대하고 개원전 전당대회시기를 확정하는등 어느새 당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그는 당일각에서 총선참패에 따른 「당지도부 인책론」에 대해서도「선수습론」으로 일축하며 『사소한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면 이적행위로 간주하고 영을 세워나가겠다』는 강경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고문은 원내진출에 실패했지만 앞으로 전개될 정계변화에서 나름대로 「틈새」를 찾아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계산을 하고있는 것같다. 그가 기회있을 때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얻은 2백30만표가 대선에서는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구상과 무관치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틈새노리기」로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록 군소정당으로 전락했지만 우선 당권을 장악해야 할 것이다. 그가 최근들어 영남권의 지구당위원장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당권경쟁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있다.
다만 이고문은 대표최고위원의 경선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일단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주변에서는 그가 장을병대표나 이중재고문등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대권후보―당권의 역할분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설령 그가 당권경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또다시 「정치적 상처」를 입게될 수도 있어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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