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HDD 등 국산품이 외제 몰아내/AS·빠른 신제품 출시·저가전략이 주효세계를 휩쓴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왜 한국땅에만 들어오면 맥을 못추는가.
PC=IBM, TV=소니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식이 유독 국내에서는 「신토불이」바람에 밀려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 최근에는 외국업체가 장악했던 CD롬드라이브 휴대전화 잉크젯프린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각종 전자제품시장에서도 국내업체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대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93년만 해도 국내 CD롬드라이브시장의 95%를 점유했던 일본제품들은 94년 80%, 95년 60%로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올들어서는 10%안팎으로 뚝 떨어져 3년만에 독주체제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올들어(1∼2월) LG가 45.3%(11만대) 삼성 32.5%(7만9,000대) 태일정밀 3.7%(9,000대) 등 전체시장의 80%이상을 점유했다. 현재 세계시장의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소니 마쓰시타 미쓰미 등 일본 CD롬드라이브 업체들이 유독 한국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국내 메이커들의 철저한 애프터서비스(AS), 재빠른 신제품 출시, 저가전략 등 3중 방어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84년이후 10여년간 국내 휴대전화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해온 미모토로라의 아성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성 「애니콜」의 쾌속질주, LG 「화통」과 현대 「시티맨」의 추격에 힘입어 지난해 4월부터 연속 6개월간 국산이 외산제품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애니콜」은 지난해 7∼8월 모토로라 제품을 5∼6%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산의 대반격이 시작되면서 노키아 오키 등 유명한 외제 휴대전화들도 개통수보다 해약분이 많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PC시장에서는 미IBM 휴렛팩커드(HP) 컴팩 등 세계적인업체들이 갈수록 기력을 잃어 외산PC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94년 8.5%에서 95년 3.6%로 떨어졌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외국 브랜드가 100% 장악했던 국내 잉크젯프린터시장은 삼성 삼보 등의 분투에 힘입어 국내브랜드 비중이 올들어 56%까지 늘어나는 등 활발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워크맨시장에서도 소니 아이와 등 일제전성시대가 퇴조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미국제품이 휩쓸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시장도 국산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