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지지유도·균형외교지향 강조공로명 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의 변화에 따른「4각 외교」구축의 마무리 수순이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짧게는 4자회담에 대한 러시아측의 이해와 지지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미·일, 중·러축으로 양분된 동북아 세력 판도에서 중간자적 위치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때문인지 공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특정 현안에 관한 구체적 협의보다는 신뢰구축을 위한 광범한 인사접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장관은 5일 프리마코프외무장관과 함께 러시아외교의 실세인 루킨하원외교위원장을 만난데 이어 6일에는 이그나텐코부총리를 면담했다. 또 4일간의 공식방문 기간중 한·러외무장관회담 외에 옐친대통령 스트로예프상원의장 등 러시아 주요인사를 포괄적으로 만난다.
공장관이 연쇄접촉에서 강조한 것은 4자회담의 배경, 특히 왜 러시아가 회담 틀에서 배제됐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4자회담에서 소외된 러시아가 최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반작용으로 대북외교를 강화하는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공장관은 6일 이그나텐코부총리와의 면담에서 『4자회담에 미·중을 포함시킨 것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러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자회의는 94년 우리가 제안, 남북한 및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동북아다자안보대화(NEASED)를 통해서도 충분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공장관의 이같은 설명은 4자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일과 중·러의 새로운 대립축으로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역학구조 속에서 우리의 외교적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지난달 미·일의 신안보공동선언이 발표되자 중·러는 지난달 25일 곧바로 베이징 정상회담을 통해 중·러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중국이 점차 동북아지역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 러시아를 끌어들임으로써 미·일 중심의 지역질서 재편 움직임에 쐐기를 걸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공장관의 러시아 방문은 4자회담 제의이후 우리가 일방적인 편들기 외교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데 주안점이 주어져 있다.<모스크바=장인철 기자>모스크바=장인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