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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떠난후 손 흔들기(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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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떠난후 손 흔들기(장명수 칼럼)

입력
1996.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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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결과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선거란 해볼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이 나서 참가한 선거는 아니었으나, 개표결과 당선자의 절반이 신인들로 채워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뒤늦게 기대를 품는 사람이 많았다.그러나 그 기대는 15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전에 깨지고 있다. 「혹시」했더니 「역시」로 가고 있다는 실망이 온 나라에 가득하다. 선거가 끝났으니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바 아니고, 내 이득부터 다지겠다는 여야의 싸움이 하도 적나라하여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다.

양비론 양시론을 지양하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분명히 말하자는 소리가 높지만, 그 또한 우리 정치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시비에 휩쓸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느 한쪽도 옳지 않기 때문에, 국민은 오늘도 양쪽 다 나쁘다고 비난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끝나자 각 신문들은 일제히 신한국당의 당선자 영입공작에 반대했다. 여당이 인위적으로 과반수를 채우려는 조급한 욕심을 품을 경우 여야의 극한 대결이 우려될뿐 아니라 유권자의 뜻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그러나 여당은 이런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입교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었으니 거칠게 없다는 오만한 자세다.

야당들이 공격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4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김종필총재가 합의한 대여투쟁 선언은 공감을 얻는 대신 염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당이 구태의연하니 야당도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면, 설령 정권교체가 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정부여당이 표적수사와 영입공작을 중단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시인하지 않으면 15대 국회의 원구성 거부등 중대결단을 하겠다』 고 두 야당은 선언했는데, 아무리 정치투쟁이라지만 원구성 거부라는 말을 유권자앞에서 함부로 해도 될까.

그들의 합의문에는 또 『여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했으니 내각책임제라면 정권이 교체됐을 일』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국민으로서는 고소를 금할 수 없는 소리다. 버스 떠나고 손 흔든다더니 우리의 야당은 왜 늘 그 모양인가. 선거전에 조금이라도 자기가 유리할것 같으면 연합은 커녕 분열을 일삼는 야당, 국민이 항상 여당보다 많은 표를 찍어 주는데도 정권교체에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야당, 위협을 느껴야만 서로 손을 잡고 결사투쟁을 선언하는 야당… 참으로 야당은 너무 오랫동안 국민에게 좌절만을 안겨주었다.

여당은 즉각 영입교섭을 중단하고, 야당은 국회를 볼모로 투쟁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선거 치른지 한달도 못됐는데 벌써 국민 무서운 것을 잊었는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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