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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남아시장 진출”·대만선“외교고립 탈출”/양측경제교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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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남아시장 진출”·대만선“외교고립 탈출”/양측경제교류 본격화

입력
1996.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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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무소 개설·직항전세기 운행등 움직임 활발/작년 교역규모 91년의 5배불구 급진전엔 회의적북한과 대만과의 관계는 어디까지 진척될 것인가. 3월15부터 20일까지 북한 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김정길서기장을 단장으로 하는 무역대표단이 국민당 사업기구인 유대공사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는 대북(타이베이)에 북한방문을 위한 여행사무소 「조선국제여행사」가 개설되는 등 양측간의 경제교류가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을 찾은 대만사람은 91년 북한방문이 허용된 이후 지난해 1,500명에서 올해는 3,000명, 내년에는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1일부터는 평양과 대북간 전세기가 운행된다.

북한과 대만의 경제교류 확대는 중국 양안사태 파장과 한반도 4자회담 제의 등 동북아시아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욕구와 외교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대만의 「전방위 외교」정책이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다.

대북의 「조선국제여행사」대리인 양치팡씨는 『여행사의 임무는 관광객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방북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이라며 『양측간에 외교관계와 비자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이 여행증명서를 비자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효력은 비자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양측 경제교류가 초보적이긴 하지만 정치 관계로 진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우대외경제위원회부위원장의 워싱턴 발언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의 동참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은 부자나라 대만을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여기고 있으며 「조선국제여행사」는 거점확보 시도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한과 대만의 경제교류 규모는 91년 260만 달러에서 지난해 1,470만달러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양국의 경제대표단 교류도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의 김응렬 부위원장이 대만을 방문했고 5월에는 대만의 국영단체인 대외무역발전협회가 북한시장조사단을 파견했다. 11월에는 경제부처의 대표급 인사가 방북을 추진했으나 중국의 견제로 무산된 바 있다.

북한에서는 대외경제위원회가, 대만에서는 림추산감찰위원과 민간경제단체인 대만 국제협회의 도홍걸회장 등이 양측 관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양측 관계는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북한과 정치적 입지확보를 노리는 대만의 입장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급진전하기 보다는 서서히 확대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여기에다가 중국은 대만의 정치적 입지가 확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국의 관계진전에 북미 관계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며 『북미관계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돼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자신감을 얻으면 대만 관계에서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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