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법부” 오명벗고 독립·자주성 찾아야/입법·예산심의 등 권한 적극활용/의원 개개인 대등위상 노력 절실한국문제 전문가인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의 정치」(THE POLITICS OF THE VORTEXS) 라고 규정한 바 있다. 「소용돌이의 정치」는 한 곳으로 권력이 쏠리는 한국 정치를 비유한 표현으로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탁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굳이 헨더슨의 분석을 인용하지않더라도 권력집중, 행정부의 대국회우위가 한국 정치의 주요 특징이라는 사실은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준비할 15대 국회에서도 행정우위의 구도가 지속되는게 바람직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행정부의 우위구도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고 민주주의를 형해(형해)화하는 고질로 변화대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행정우위의 불가피론자들은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 각 분야가 고도로 전문화되는 현실에서 비전문적인 국회의 권능강화는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정보화, 산업화를 집약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행정국가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불가피론의 한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14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을 보면, 정부법안이 5백37건인데 반해 의원입법이 1백19건에 불과해 정부가 입법기능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행정부 우위론은 불가피한 현실에서 비롯된 구도이지, 결코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행정부 우위는 국회의 입법기능, 대정부견제 및 비판역할을 축소시켜 권력독주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신이나 5공시절 국회가 「통법부」(통법부) 「행정부의 시녀」로 비하됐고, 이는 민주주의의 유실(유실), 권력형 부패로 이어졌던 사실에서 행정부 우위의 문제점이 드러나고있다. 총무를 역임한 국민회의의 신기하의원(4선)은 『14대 국회에서 정부제출 법안의 통과율이 92%인데 반해 의원발의 법안은 37%만 통과됐다』며 『여전히 국회가 통법부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기능 외에도 국정감사·조사 등의 견제기능, 예산심의 기능에서도 국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신한국당의 손학규의원은 『당정회의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여당의원들은 당의 결정에 따라야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결국 행정부의 영향력이 입법, 예산심의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행정부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지초과이득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입장이 무시됐다가 숱한 억울한 민원을 야기한 사실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따라서 15대 국회는 입법이나 예산심의, 국정감사 등의 권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 행정부와 대등한 위상을 확보해야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선결돼야할 과제가 있다. 이종률 국회사무총장, 서울대의 김광웅 교수는 『국회가 스스로 전문성, 객관성을 확보해야만 행정부와 대등하고 건전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락주의장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서는 15대 국회의 독립성 자주성은 보다 제고돼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신념을 갖고 이뤄내야하는 과제다』고 강조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